로드스쿨 성공이끈 고춘순 판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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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스쿨 성공이끈 고춘순 판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관심”

한때 오토바이 훔쳐타던 비행청소년서 아픈마음 보듬는 판사로

  • 승인 2014-06-16 17:35
  • 신문게재 2014-06-17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대전가정법원이 '로드스쿨'(Road School)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었던 이면에는 비행청소년에 대한 고춘순(사진·사법연수원 33기) 판사의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초등학교 시절 1등과 반장을 도맡았던 고 판사도 한때 비행청소년이었다. 어렵게 인문계인 영월고에 입학한 고 판사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교과서 없이 첫 등교를 하면서 불량 교우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져 술과 담배는 기본이었다.

1988년에는 장물 취득과 무면허운전도 저질렀다. 친구들이 훔쳐온 오토바이를 무면허로 몰다가 오토바이 주인과 마주쳐 30만원에 합의하기도 했다. 고 판사는 당시 별다른 훈계 없이 '다시는 안 그러리라 믿는다'는 어머니의 한 마디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후 강원대 행정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제대 후 원광대 법학과 3학년에 편입해 대학 4년 때인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사시에 합격하기까지 고시원 야간 총무로 일하면서도 학원 수강료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한때는 가진 돈을 모두 수강료로 내고 일주일이 넘도록 밀가루로 수제비를 빚어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누구보다 비행청소년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려 했다.

고 판사는 “소년들이 선천적으로 범죄성향을 갖고 있어서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가정형편이나 사회적 무관심 때문에 잘못된 길로 빠져든다”며 “이런 소년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끊임없이 표현함으로써 강한 의지와 자존감을 심어주기 위해 로드스쿨을 마련했고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로드스쿨에 참여한 소년들에 대한 처분 수위는 다음 달 초 결정되는데 소년들에게 변화의 계기가 마련된 만큼 소년원에 격리 수용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다시 한번 사회에 적응할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검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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