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3권에 빼곡히 적어놓은 각 상황대비 범행 시나리오. |
충남경찰청은 16일 개인정보를 사들여 대출사기를 일삼은 혐의(정보통신법위반 및 사기)로 최모(31)씨와 김모(31)씨를 구속하고 개인정보 모집책 오모(31)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사기단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중랑구 등 2곳의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 허위 대출을 강요해 총 45명으로부터 65회에 걸쳐 3억 50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사기단은 개인정보 12만 건을 중국에서 건당 100원에 사들였다. 상세한 개인정보는 건당 500원까지 거래된다는 경찰의 전언이다. 이들이 사들인 개인정보는 금융기관에 대출신청을 했다가 신용이 낮아 대출이 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명단이었다. 이른바 대출부결 데이터베이스.
사기단 일원인 전화상담원은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보증인이 대출을 받고 명의를 전환하면 된다고 속였다.
이들은 근저당 설정료나 보증금 명목의 선납금을 요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대출가능금액의 30%~50%를 가로채 나눠 가졌다.
피해자 1인당 손해 본 금액은 100만 원에서 3000만 원에까지 달했다. 사기단 인출책은 선입금된 현금을 모두 인출한 뒤 대포폰·통장을 모두 폐기해 흔적을 일체 남기지 않았다.
경찰조사결과 최씨 등은 과거 개인정보를 판매하거나 대부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돈을 벌고자 친구, 선·후배, 애인 등 지인들과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과정에서 사기단의 전화상담원이 사용한 노트가 발견됐는데, 권모(여ㆍ31)씨 등 상담원 4명은 노트 3권에 빼곡하게 각종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유인할 시나리오와 대화법 등을 적어 놨다.
상담원들은 사들인 개인정보로 범행을 하면서 다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도 했고,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을 이용한 상담도 했다.
사기단은 고급 외제차를 운행하며 사치스런 생활을 한 반면 피해자들은 모두 가난한 가운데 이들의 사기로 빚더미에 않았다는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충남경찰청 류근실 사이버수사대장은 “범죄자들의 터무니없는 수법과 부당한 요구에도 피해자들은 돈이 필요한 절박한 심정이기 때문에 속아 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며 “금융기관에서는 대출자 명의이전이나 대출과 관련한 각종 명목으로 금원을 요구하지 않으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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