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관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
대전예술의전당을 채우는 공연의 80% 이상이 악기 연주회로 나타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것도 대전예당을 이용하고자 하는 전체 수요의 40% 정도만을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작은 음악당이 절실히 필요해졌을 만큼 기악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성악은 기악만큼은 못하지만, 연간 대전서 제작되는 오페라가 4~5편이 되고, 갈라 공연이나 합창도 심심찮게 공연이 될 정도로 그리 적은 편은 아니다. 더구나 '합창의 도시'라 불릴 만큼 아마추어 합창이 강한 곳이 대전이다.
무용은 어떨까? 시립무용단을 제외하면 무용장르도 매우 취약하다. 그나마 몇몇 대학의 교수들이 힘들게 떠받치고는 있지만 1년에 대전에서 공연되는 무용공연이 열 손가락으로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약하다. 현대무용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연극은 좀 애매하다고 말할 수 있다. 10여 개의 극단과 소공연장이 있긴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늘 보장되는 것 같진 않다. 관객기반도 약해서 극단중심의 꾸준한 창작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소극장들이 서울에서, 그것도 대학로 뒷골목의 얄팍한 흥행작들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음악보다 다른 극예술장르가 이토록 취약한 이유가 뭘까? 한마디로 음악은 관객기반도 어느 정도 있지만, 개인 작업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음악보다 연극, 뮤지컬, 무용 등은 대본에서부터 작곡, 연출이나 안무, 연기나 춤, 무대장치, 의상, 무대기술에 이르는 공동작업의 생태계 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역할 즉, 기량 있는 인재의 양성 기반이 약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여러 대학에서 무용이나 연극관련 학과가 없어지거나 통폐합되는 지경이니 말이다. 그나마 장래가 촉망된다는 신진 인력들은 서울로 빠져나간다. 지역의 생태계가 취약하니 더 큰 무대로 나가는 것을 누가 나서서 막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상상하기는 생태계에 대한 투자가 급선무다. 그렇다고 대본에서부터 작곡, 연출이나 안무, 연기나 춤, 무대장치, 의상, 무대기술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지원을 따로따로 배려하자는 뜻은 아니다. 여러 예술단체의 지원을 고르게 늘리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문제는 지원 방식과 규모일 것이지만 선택과 집중방식으로 말하자면 두 가지다. 하나는 대전예당 같은 공공공연장의 제작예산을 늘리는 것이다. 이익은 나지 않더라도 공연예술의 창작과 유통, 소비를 아우르는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공공공연장이기 때문이다. 공공공연장의 제작 기반과 마케팅 시스템에 예술생태계의 창의성이 이상적으로 결합되면 다양한 예술적 가치를 생산해 내고 이를 선순환으로 활용하는 예술생태계를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음악장르에 치우친 시립예술단에 일부 극예술 장르를 추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시립극단과 현대무용단 창단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식이 대전 예술계의 많은 취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연극만을 보면 그리스 비극이든 셰익스피어든 혹은 현대극이든 무게감 있는 작품의 제작이 가능하고 이를 통하여 작가나 연출, 배우, 무대장치, 기술 등의 생태계 형성이 탄탄해질 수 있다. 시민들도 대전에서 제작된 울림이 큰 연극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특히 극단의 창단은 문학과 시각예술의 생태계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령 연극 한 편을 제대로 만든다고 할 때, 거기엔 대본의 원천이 되는 문학(꼭 희곡만이 아니라 소설, 서사시, 영화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등도 각색이라는 방식을 통해 얼마든지 희곡으로 전환이 가능하다)의 수용은 물론이거니와 무대미술을 완성시키는 시각 예술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극단 운영에 꼭 비용이 많이 드는 고정배우를 둘 까닭은 없다. 예술감독과 소수의 기획, 마케팅 인력만 있어도 된다. 그것이 역량 있는 작가와 작곡가, 연출가와 배우, 무대 미술가들에게 고르게 참여기회를 보장해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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