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실종자가 남은 상황에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과 사회·경제적인 위축 및 심리적인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분향소와 추모리본부스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현재 시청 1층 홀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참사 직후에는 실국 단위로 시청 직원들이 교대로 24시간 분향소를 관리하는 등 상주 근무를 했다. 이후 지난달까지는 일과 시간 이후 실국 단위 1명씩 비상근무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분향소를 찾는 추모객이 거의 보이질 않지만 시는 현재로서는 분향소 철거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황이다.
총리 지시사항으로 분향소를 설치한 만큼 별다른 지시가 없는 한 자체적으로 철거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시청 주변 인도변에 마련됐던 추모 리본부스는 민간단체가 별도로 설치했지만 최근에 철거된 상태다. 동구도 구청 입구 측면에 세월호 추모 리본부스를 마련했지만 철거 여부를 놓고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참사 이후 2개월이 지나면서 매달아놓은 추모 리본이 빛에 색이 바래거나 일부 훼손되기도 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선뜻 철거를 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까지 구청 직원들이 일과 시간이 끝난 뒤 교대로 오후 9시까지 근무를 하면서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됐다는 반응이다.
동구 한 관계자는 “아직은 실종자가 남아있기 때문에 철거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이달부터는 현재는 직원을 투입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부스만 남겨놨다”고 말했다.이처럼 자치구가 세월호 분향소 및 추모 리본부스 철거를 염두에 두는 데는 장기간 지속되는 애도 분위기 속에서 사회·경제 전반의 위축과 지역민들의 심리적 상실감 및 우울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도 실종자 수색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모 부스 등을 철거할 경우, 비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구는 서대전시민공원에 설치해놓은 세월호 추모 리본 부스를 지난 3일 이후 철거한 상태다. 시민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민원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중구 관계자는 “마음이 심란해지는 느낌 때문에 시민공원에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민원이 이어졌다”며 “전국민적으로 애도의 마음을 갖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추모 리본 부스에는 관심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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