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헌 정치사회부장 |
이번 선거는 세월호로 통칭되는 어이없는 대형참사가 거의 모든 이슈를 집어 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청권은 그 영향이 다른 어느 지역 보다 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전례 없는 '깜깜이 선거'에 공약은 뒷전이었다. 급조된 보여주기식 공약은 당선인들에게 빈 공약이 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고, 무리한 공약 추진은 수많은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사실 지금은 당선인들에게 속칭 '허니문 기간' 이다. 치열한 경쟁을 치르느라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될 법도 한 당선인들에게는 잠시 쉬어갈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공식 임기가 시작되는 7월 1일까지는 그들에게 '단꿀'같은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준비하고 검토해야할 시간은 많지가 않아 보인다. 이 시간을 얼마나 보람있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4년간 지역발전과 지역민들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당선된, 혹은 재선 삼선에 성공한 당선인들은 나름의 계획과 복안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것을 이 기간에 다시한번 잘 다듬어 옥석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선인들 중에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인이다. 권 당선인은 시장직에 가기 전에 이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방식과 관련해서인데, 이미 선거때 부터 예고된 논란이다. 잘잘못을 떠나 자기부상열차라는 방식을 민선 5기에서 이미 결정을 했다. 보다 더 많은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뚫고 임기내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약속'을 논란 끝에 수행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직에 도전한 후보들은 모두 더 많은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놓았고, 권 당선인은 트램 방식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트램방식은 노면으로 다니는 것인데, 고가나 지하로 다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대중교통과의 상충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전문가가 아니라, 보다 세부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진 않다.
다만, 권 당선인이 공약이라 하여 트램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민선 6기는 또 다시 도시철도 방식에 대한 여론 분열로 임기를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의견청취가 권당선인에게는 필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말이다. 공약이니 꼭 이뤄내야 한다는 식의 발상은 위험하다.
과거 이명박 정권이 국민이 선택해 준 것 아니냐는 명분으로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다, 심각한 국론분열을 일으키며 4대강 사업으로 후퇴했다. 하지만 그 논란은 사그라들기는 커녕, 더 많은 논란과 문제점, 후유증을 잉태하고 말았다.
권 당선인 역시, 시민들이 선택해주지 않았느냐, 또는 내가 제시한 공약은 시민들과의 약속인 만큼, 꼭 지켜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져서는 안된다. 지금 국민이나 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이고 분열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수위에 도시철도 2호선을 포함한 주요 공약 재점검 팀을 두어 우선순위로 공약을 재점검 해보는 일도 필요하겠다. 그래야 당선된 뒤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일 수 있다. 담당 공무원들의 방향타를 미리 설정해 주는 만큼, 그동안 그렇게 원했던 대전시정의 최고 리더로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시민도 편하겠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대전시 부시장을 역임하기도 한 만큼, 권 당선인은 누구보다 대전시정을 잘 아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속칭 자기사람도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공무원 조직 안에서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 '누가 누구를 손 본다더라' 라는 식의 소문이 나돌고 있다. 뜬소문이고, 헛소문이길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조직의 통합과 화합이다. 공무원 조직에서부터 분열이 생기고 혼란이 생기면 시민들은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권 당선인이 허니문 기간을 잘 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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