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분석표준센터장 |
지구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90개 원소 중 필수원소로 분류된 원소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된 특성을 갖고 있다. 우선 지표면 및 대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생명체가 서식하는 환경에 노출이 잘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생명체가 쉽게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지구의 생명체는 수십억 년 동안 주변에서 쉽게 흡수할 수 있는 원소를 생명유지에 활용하도록 진화했다. 그리고 해당 원소들의 섭취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지 않으면 질병 등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처럼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원소를 우리는 필수 미네랄 또는 필수원소라고 부른다.
반면 중금속은 대부분 지구상에서 극미량 존재했다. 하지만 인간이 광물자원을 활용하기 시작한 5000년 전 이후부터 중금속의 노출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증가는 진화에 필요한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벌어졌다. 따라서 인류를 포함해서 수억 년 이전부터 지구 생태계에 맞춰 진화해 온 생명체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중금속은 유해원소로 분류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유해원소로 알려진 원소 일부도 생체 기능을 담당할 수 있고 필수원소도 일정 수준 이상 섭취할 경우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한 예로 나트륨과 염소로 이루어진 소금도 과다 섭취 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결국 필수원소든 유해원소든 적정범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필수원소의 경우 과다 섭취하면 독성이 발현될 수 있지만 반대로 적게 섭취하면 생체 기능 유지가 곤란한 결핍 상태가 될 수 있다. 유해원소의 경우 일정기준 이하로 노출된 경우에는 특별히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나,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노출될 경우 독성을 나타내게 된다. 여기서 일정기준이란 일반적인 생태계에서 섭취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즉,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노출한계치가 일반 원소에 비해 낮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미네랄이 포함된 영양보조제나 건강기능식품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적절한 영양섭취를 하는 사람이 영양제를 복용함으로써 영양과다로 인한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셀레늄은 하루에 50 마이크로그램 정도의 섭취를 권장하고 있으나 400 마이크로그램 이상 섭취 시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식단을 통해 적절한 수준의 셀레늄을 섭취하는 사람이 과다한 셀레늄 영양제 복용을 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나트륨 및 칼슘과 같이 과다/결핍의 범위가 아주 넓은 원소도 있으나 셀레늄을 포함한 미량 필수원소의 경우 적정한 섭취 함량 범위가 좁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영양제 복용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의한 미네랄 보충은 신중하게 실시되어야 한다.
이처럼 인체가 필요로 하는 수많은 원소에 대한 각각의 적정 범위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대부분의 원소들은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기 때문에 셀레늄과 같이 과다/결핍 범위가 좁은 원소의 경우,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몸에 필요한 필수 원소를 적절하게 섭취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지난 10여 년간 식품 중 무기원소 성분의 측정표준 확립 연구를 통하여 식품 중 유해원소를 포함한 각종원소 측정의 신뢰성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정확한 측정을 통해 식품에 들어 있는 특정원소에 대한 함유량을 알고 있어야 식단 구성 및 보조제 사용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올해 시작된 영양원소 측정표준 확립 연구를 통하여 식품 및 임상 시료 중 영양원소 측정표준을 확립함으로써 영양원소 측정 데이터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고 무기전해질 및 영양원소와 관련된 임상검사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과학적 근거에 의한 영양정책 수립과 시행을 지원하고 관련 임상진단의 신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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