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표 대덕대 총장 |
따라서 승자는 비교 우위라기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승인(勝因)이 무엇이었는가를 철저하게 분석, 뒤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시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오만한 공천, 컨벤션 효과 없는 아니함만 못한 경선, 소문만 무성했던 상왕들의 이해할 수 없는 처신과 메시지, 중앙당의 전략부재라는 종합선물에다 '세월호의 눈물'이 첨가 된 것이다. 뼈저리게 반성할 일이다. 낮은 자세의 경청을 바탕으로 주민과 소통하고 투명한 행정이어야 통합을 이룬다. 이를 바탕에 깔고 지역경제를 살려 누구나 머물러 살고 싶은 넉넉한 고장으로 만드는 것이 공통된 주문일 것이다. 지방자치 이후 처음으로 변화할 집단의 대표가 선택되었고 합리적인 유능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지만 자칭 민주개혁 세력이라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취임까지는 아직 20일 가까이 남았다.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 있었던 모든일 훌훌 털어버리고 승자로서 폭넓게 끌어안아 포용의 용광로에 녹여낼 것을 주문한다. 우선 공약을 살펴보면 시민의 삶과 대전발전을 위하여 크게 다른 것이 없다. 대동소이하다. 종합하고 정리해서 공통분모를 찾아 실행계획, 세부 추진 계획을 세워주기 바란다. 공약을 했다 해서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과감히 버리고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옳다. 심도 깊은 재검토를 통하여 수정하거나 장기과제로 남겨두는 것이 합당하다면 '표 때문이었다'고 진솔한 고백을 해야 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나으니 취임 전에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 현실성 없는 공약에 매몰돼 임기 내내 갈등하는 것은 정말 짜증스럽다. 뿐만 아니라 전임자가 추진하던 일중 잘 되고 있는 것은 확대 재생산 하는 것이 맞다. 구체성이 떨어진 날림, 사탕발림 공약이 선거 속성상 나올 수밖에 없다.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행정력, 시간 등을 축낸 것들이 어디 하나 둘이던가. 내가 걸은 길을 누군가는 또 밟고 지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배구경기에서는 심판이 휘슬을 불고 지적하기 전에 손을 들고 “마의 미쓰!”를 먼저 외친다. 박수를 받는 이유다.
투표자의 50.7%로 신승(辛勝)했다. 한 표를 이겨도 이긴 것이다. 깨끗하게 승복하고 협조 하는 것 또한 승자의 몫이다. 이겼으니까, 반 이상이 나를 지지했으니까 보다 49.93%를 늘 의식해야 한다. 만일 또다시 내편만 챙기면 된다는 단순 논리로 소아병적 행태가 지속된다면 이는 재앙이다. 심지어 봉사가 전제되는 각종 자문위원까지도 이런저런 이유로 전문성과 관계없이 갈아치운 일이 비일비재 했다. 내편이니 더욱 확실하게 결속하자는 암묵적 메시지였으리라. 점령군처럼 떡 하나씩 나눠주는 잔치(?)같았지만 '너'와 나는 '적'이 아니라 영원히 같이 가야 할 '우리'다. 49.93%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소통이고 화합이다. 경청으로 출발하고 시민만을 보고 결론을 내리면 된다.
다음은 인사다. 만사라 하지 않던가. 공모, 적재적소, 공정, 투명을 외쳤지만 결과는 능력, 전문성 보다는 임기 내내 내 사람 챙기기에 불과했다. 위인 설법, 위인설관도 서슴지 않았고, 전문가로 강화한다고 한 자리에 전문가는 보기 드물었다. 혹시나 하면 역시나 가 다반사여서 아예 그러려니 했다. 다행히도 인사청문회를 한다고 했다. 2011년에도 변죽만 울렸을 뿐 어물쩍 공염불로 끝났다. 기대한다. 인수위부터 상대의 자문을 받아 같이 꾸리면 좋을 것이다. 인사적폐(積弊)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다. 논공행상(功行賞)은 아예 없다고 선언하라. '주군(主君)을 위해서는 피해주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소통과 화합으로 통합을 이루고 소신껏 일 하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민초들도 오동잎 한 잎만 떨어져도 가을이 온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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