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영 교장 |
대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푸른 잔디운동장과 원두막, 텃밭이 있는 최적의 자연경관을 뽐내는 충남여고를 들어서는 순간 오랜 도심생활에서 지친 머리가 맑아진다.
대전 교육의 '작은거인'으로 불리는 이선영 충남여고 교장을 만나 그가 강조하는 '학교문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충남여고의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인성교육을 위해 선후배 사이에 따뜻한 정을 나누며 우애를 돈독히 하고, 상승작용으로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세 자매 한마음 결연'을 꼽을 수 있다. 또 특수학급 학생,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과 노작 활동을 함께 하면서 사랑을 키워가는 '사랑의 청운 텃밭 가꾸기'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청운 텃밭가꾸기는 원예교육 등을 밖으로 나가기 진행하기 어려운 특수학급 2학급을 위해 진행됐지만, 이제는 부적응학생들의 그린마일리지 벌점 프로그램활동, 동아리 활동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진로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조언을 해준다면=교육에 봉직해 온 선생님이라면, 특히 대학입시지도를 해 온 선생님이라면 진로지도에 대해서 대부분 같은 생각,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학생 본인이 중심이 돼야 하고 스스로에게 맞는 진로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모님과 선생님이 편견 없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먼저 내 자녀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 환상, 체면을 버리고 자녀가 처한 현실을 직시해 무엇을 조장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지를 분명히 알고 선생님과 한마음으로 진정한 자녀의 조력자, 안내자가 돼야 한다. 남의 자녀의 경우에는 소질과 희망을 중시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명쾌하게 단정 짓는다. 그러나 정작 가장 소중한 자기 자녀의 경우엔 일고의 여지없이 일반고에 진학해서 반드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여기는 모순된 적용 잣대를 가진 학부모님의 진로ㆍ진학에 대한 의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충남여고 교육가족 및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문이 있다면=옛말처럼 학생은 학생답고, 선생님은 선생님답고, 학부모는 학부모다움이 가장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이다. 그런데 말은 참 쉽지만, 이것처럼 이루기 어려운 것이 또 없다. 겉치레나 드러내 보이기 위한 자기과시는 교육의 본령이 결코 아닌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선생님은 늘 학생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도움이 되고자 애쓰면서 이 길을 주어진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걸어가는 진정한 사람이어야한다. 학생은 당연히 부모님, 선생님을 존경하고 친구를 우애하면서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목표를 성취하는 도전의식과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학교 발전 계획, 방안은=원대하고 거시적인 발전 전략보다는 지금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까닭에 중점을 두어 추진하고 싶은 과제는 학생지도의 두 줄기 근간인 인성과 학력문제다. 지난 5월에 대학병원 교수로부터 '나는 경험에 의해 충남여고 졸업생들의 품성을 신뢰한다. 굳이 면접과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찬사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발이 땅에 닫지 않은 것처럼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긍정적인 면을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학력면에서도 이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과 열정을 겸비한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에 우리가 지닌 모든 교육력을 집중하고자 한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박수영 기자
●이선영 교장은?
대전여고와 공주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는 등 엘리트 교사의 길을 걸어왔다. 1974년 금산 추부중에서 교편을 잡은 뒤 충남여고ㆍ 대전여고, 동부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 노은고 교감을 거쳐 대전여중 교장, 한밭고 교장을 역임했다. 오는 8월 말로 정든 40년간의 교육 인생을 마감한다. 이 교장의 출근 시간은 오전 6시 50분이다. 정확히 이 시간이면 교장실로 들어와 그 전날 밤의 상황을 점검하고 당일의 하루 일정을 준비한다. 주변에선 이 교장을 작은 거인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 교장의 영향으로 두 딸도 교사다. 큰 딸은 대전고, 작은 딸은 신탄진 초등학교서 교편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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