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가 TV가 없는 집에 수신료를 '몰래 징수'해 물의를 빚고 있다.
9일 독자 김모씨(41·대전시 중구)에 따르면 2012년 8월부터 집안에 TV가 없는데도 지난 4월과 5월치 전기요금 고지서에 TV수신료가 청구됐다. 이 사실을 지난달 30일 뒤늦게 알고 KBS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고객센터에서는 “죄송하다. 조치하겠다”고만 답변할뿐 수신료 부과 이유를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집에 TV가 있는지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묻자 고객센터에서는 “해당 가구를 방문하거나 전화나 우편으로 확인한다”고 답변했지만 김씨는 KBS 관계자에게 “집에 TV가 있다”고 확인해준 적이 없었다.
지난 2월말과 3월 KBS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집에 TV 있으시죠?”라는 질문을 받은 적 있었지만 그 때도 명확하게 “TV가 없다”고 밝혔기에 수신료가 청구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김씨는 “당시에도 남자 직원이 '집에 TV가 있는 것' 처럼 유도성 질문을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 뒤로 사전 안내도 없이 수신료가 청구되어 너무 놀랐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KBS측의 단순실수라고도 생각해봤지만 사전에 수신료 징수를 시작한다는 안내문자나 전화도 전혀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어느 기업, 어느 기관이 소비자에게 사전안내도 없이 매달 2500원의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공영방송의 힘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지적하며 “전기요금 고지서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다면 본인도 모르게 수신료가 계속 납부된다는 점을 이용해 은근슬쩍 수신료를 받으려는 KBS의 꼼수가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아이 교육 등을 이유로 집에 TV를 놓지 않는 집들이 적지 않은데 무조건 전기요금에 TV 수신료를 합산해서 징수하는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신료 문의와 관련한 불편함도 지적했다. 김씨는 “수신료와 관련해 KBS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수신료’ 항목은 홈페이지 맨 아래쪽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았고, 관련 글을 쓰기 위해서는 회원가입 뒤 로그인까지 해야 했다”며 “수신료 징수 편의를 위해서는 전기요금에 합산 부과하는 방법까지 쓰면서도 수신료를 내지 않는 국민들의 편의는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KBS의 방송 프로그램이 끝날 때면 언제나 ‘수신료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문구가 뜬다. 홈페이지에서도 ‘창의와 신뢰로 미래를 여는 KBS’라는 문구를 봤는데, 진정 ‘신뢰’로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수신료 징수에서부터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의화 기자 joongdonews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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