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 대전은 설동호, 세종 최교진, 충남 김지철, 충북 김병우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보수 쪽인 설 당선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은 전교조 출신의 진보 교육감이다.
충청권 내에서는 대전교육청이 진보 교육감으로 둘러싸인 형국이다. 선거 이후 굵직한 현안에서 보수-진보 진영 간 교육 정책 편차가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대표적인 사안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 현직 교사 시간선택제 전환 등이다.
교육부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박근혜 정권 퇴진 등을 요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지역에서도 일부 교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진보 교육감들은 교육부의 징계명령 이행 여부 등을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보수 쪽인 설 당선인은 충청권 다른 시ㆍ도 교육감보다 교육부 의중에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충청권 교육 당국끼리도 행보가 엇갈릴 전망이다. 오는 9월 배치될 예정인 현직 교사 시간선택제 전환도 마찬가지다.
진보 교육감들은 이 문제와 관련 비정규직 양산 우려를 제기하며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자사고 재지정과 특목고 설립 등을 둘러싸고도 서열 교육을 혁신하려는 진보진영과 학력 신장에 방점을 찍고 있는 보수 쪽의 의견이 다르다.
혁신학교 문제 등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사안을 두고 충청권에서조차 교육감 성향에 따라 판이한 교육정책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 공조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7일 전국 13명 진보교육감 당선인 가운데 최교진 세종교육감 당선인과 김병우 충북교육감 당선인을 비롯한 7명이 대전 유성에서 회동을 가졌고 김지철 충남교육감 당선인 측은 실무자를 보냈다. 참석자들은 서로 격려하는 자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교육 정책 현안에 대한 연대가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감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 방향이 갈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보수와 진보 '색깔'이 아닌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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