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대전 성모병원의 위암환자의 치료는 다르다.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입원하면 소화기내과와 혈액종양내과, 위장관 외과, 방사선 종양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영양팀까지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은 환자의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환자의 상태을 함께 살펴보고 토론과 논의를 거쳐 환자에 대해 치료방침을 결정한다. 암의 진행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과 케어하는 과가 달라진다. 예를들어 위암 초기인 1~2기 일 경우 수술 위주인 위장관 외과에서 집중케어를 한다면 말기일 경우에는 혈액종양내과나 방사선 종양학과에서 집중 치료하는 식이다.
이밖에도 세심한 식이 교육도 동반한다. 영양팀의 경우 환자의 삶의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만큼 먹는 방식과 어떤 음식이 좋은지, 체중 증가가 제대로 되는지 관찰하고 상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병원에서 수술치료와 방사선 등 약물치료를 받고 퇴원이후 체계적인 지도가 없다보니, 환자들이 알아서 좋다는 명약을 찾아 떠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성분을 알 수 없는 음식을 먹고 암이 재발되거나, 수천만원의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술과 치료, 식이 교육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방식은 이상적인 암치료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분야별로 전문의들이 모여 환자에 대해 좀더 세심하게 치료방법을 결정하고, 환자를 최우선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이상 모델을 만든이가 바로 대전성모병원 위암 협진팀 김정구<사진> 교수다. 김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 2년에 걸쳐 일본의 국립 암센터로 연수를 가게된다. 그는 일본의 암환자 치료 시스템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모든 암환자 치료가 협진팀 위주로 구성돼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와 같이 외과, 정형외과가 아니라 위암팀, 식도암팀, 폐암팀 등 병종별로 협진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김 교수는 “일본에 있는동안 협진의 기회가 정말 많고 다양했다. 한명의 환자를 놓고 A 협진팀에서 돌보고, B협진팀에서 돌보는 등 다각도의 접근을 하고 있었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병원 빅4 병원이 1000개 이상 수술을 한다고 하면 외국인들이 대단하다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만 하더라도 일부 병원에서 매달 수백명씩 수술하는 경우가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처럼 서울의 특정 병원으로 몰리는 경우도 드믈었다. 수준있는 병원이 지역 기반을 가지고 지역환자 소비를 하고 있었다”며 “그러다보니 전국의 모든 국민이 곳곳의 양질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높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 연수를 다녀온 이후 모든 환자에게 협진시스템을 가동했다.
지난 2012년 처음 이같은 방식을 도입한 이후로 2년째 모든 위암진단 환자에게 협진시스템을 가동하고, 증례발표와 토론과정을 거쳐 수술과 치료를 결정하게됐다.
김 교수는 “암은 한가지 원인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있다. 접근 방식을 다양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한사람이 환자를 진료하는 옛날 시스템을 버리고 환자중심으로 여러과가 모여드는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협진체제가 익숙하지 않았다.
모든 의사들이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편견을 깨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창기에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환자를 치료하는데 의견이 달랐다. 말기 환자의 수술로 몇개월 수명 연장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외과의사와 혈액종양파트의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다”고 회고했다.
또 “하지만 지금은 환자에 대해 논의하고 토의하면서 가장 좋은 해답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됐다. 최선의 진료를 하게 되는 것에 의료진이 보람도 느끼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며 “의료진이 환자 한사람을 놓고 같이 고민하는 모습이 만들어 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진료시스템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의사들의 의료적 실수나 잘못된 판단을 할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환자중심의 치료이다 보니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암검진의 중요성도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다.
위암 협진팀을 운영하면서 조기 암검진을 통해 위암을 조기발견하고 예후가 좋은 경우를 상당수 접해왔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재 위암 생존율이 60% 정도에 이르는 것은 조기암 진단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암 발생 빈도가 높도 생존율이 높아진 가장 큰 원인은 조기암 분포가 많아졌다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암검진을 꼭 받고 1년에 한번씩 내시경을 받는 것이 위암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뿐 아니라 찾아가는 협진팀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위암 협진팀이 현재는 병원에 기반을 두고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주고 진료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와 위암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되고싶다. 시민강좌를 한다든지 책자 등을 만들어서 지역병원, 일반인들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뿌리를 내리는 협진팀을 꾸려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암은 앎이다'라고 말한다.
암을 진단받으면 불가항력적이고 헤쳐나가야 하는 위기 상황이 맞게 된다. 사람들은 '내가 죽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 자기 삶을 심도 있게 성찰하게 된다.
김 교수는 “조기암의 경우에는 환자가 다시 한번 삶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간의 관계도 좋아지게 된다.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암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라며 “인생이 풍요롭게 바뀌고, 남은 삶이 소중해진다. 암환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환자의 병 뿐만 아니라 환자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위암의 발생과 기전연구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위암이라는 병은 같은 방식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사람마다 다르고 인종, 연령, 성별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히고 싶다”라며 “일본에서 연구할 당시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위암이 균에 의한 감염으로 시작된다는 내용이다. 실험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많이 접했고, 위암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꼭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싶다. 귀국해서 한국에서 연구 진행을 위해 연구 기금을 신청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위암예방을 위해서 흔히 알려진 건강법을 지킬 것을 권고 하고 있다.
그는 “위암은 식습관과 연관성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의 염장류, 저장류 음식등이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문화나 식습관을 고치기는 힘들다”며 “염분섭취를 끊기 보다는 조금씩 줄여나가고 흔히 말하는 암예방하는 방법으로 알려진 신선한 야채섭취, 적당한 운동, 스트레스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그의 병을 고쳐주고 보람을 찾는 의사라는 직업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외과를 선택하면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기도 했던 그다.
의술은 예술이라고 말하는 그는 마음 따뜻한 의사였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김정구 교수는…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학석사ㆍ의학박사)외과 전문의, 위장관 외과 세부 전문의 연수:일본 동경 국립암센터 (위암, 식도암), 일본 동경 아리아케 병원 병원 (위암), 동경 국립암센터 연구소(후성유전학)수상내역:대한 위암학회 학술대회 우수 포스터상,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학술상 주요 학회:대한 외과학회, 대한 위암학회, 대한 종양외과학회, 국제 위암학회, 대한 대사영양학회, 대한 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 주요논문 및 발표:국제위암학회 연제 발표 및 전시, 일본 동경 국립암센터 초정강연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위암), 한국ㆍ일본ㆍ중국(A3)연구 프로젝트 연구 참여 (위암과 후성유전학)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