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림 대전·충남재향군인회장 |
국가안보 차원에서 호국보훈은 오늘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책무이며 도리다. 그러나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그 의미가 점차 퇴색되는 느낌이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현충일에 조기를 게양하고 추모 사이렌에 묵념이나 하는 연례행사조차 국민생활 속에서 점차 멀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호국선열들의 고마움을 경험하지 못한 이 땅의 젊은 세대들이 보훈에 대한 관심이 점점 퇴색되고 있는 것은 걱정이다. 물론 젊은 세대들의 안보불감증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들은 안보와 보훈에 대한 참뜻을 되새길 수 있는 것으로부터 거의 단절된 채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우리는 이제 제2의 6·25와 같은 참상을 겪어선 안 된다. 튼튼한 국민 안보의식 위에 우리의 경제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방력은 물론 국민 안보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우선, 범국민적 안보교육을 집중 실시해야 한다. 우리의 안보의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을 척결하는 것이다. 6·25가 아직도 남침이 아닌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종북세력들이 우리의 안보강화에 가장 큰 적이다. 특히 초·중·고 학생들에게 북한의 실상과 6·25의 교훈, 그리고 최근에 북한이 도발한 천안함,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 내용도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춰 6·25전쟁의 실상과 위기극복 등 올바른 역사인식을 교육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군사도발 이후 우리 젊은이들이 국가안보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엄밀하게 볼 때 아직도 민족 분단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경제적 풍요와 평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호국영령들의 값진 희생의 결과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되며 망각할 수도 없는 역사적 교훈이다. 따라서 호국보훈의 참뜻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호국영령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우리네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정부는 국가보훈을 통해 '국가를 위한 희생ㆍ공헌한 분들'이 존경받는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어 국민의 애국심 함양과 국민통합을 이루고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할 것이며 또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선열들의 공훈을 되새기고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실천하며 후손에게 정신적 유산으로 물려주는 일은 우리들의 몫인 것이다. 애국지사나 호국용사들의 위상이 바로 서지 않고는 국민의 가치관과 사회정의가 바로 설 수 없음은 너무 자명한 이치다. 이분들이 국권회복과 국가수호의 주인공으로서 응당히 평가받고 존경받을 때 국가안보가 튼튼해지고 우리의 미래도 밝아진다.
오늘날 호국영령들에 대한 숭배는 세계적 추세며 국민의 보편적 가치로 승화돼 있다. 국가와 안보, 전쟁과 영웅문제는 유럽 어디서나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 나라와 겨레를 지키다 희생된 이들의 동상은 크고 작은 도시의 광장이나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수많은 무명용사 기념비와 전쟁기념관이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에도 그 학교 출신으로 국가를 위해 전사한 참전용사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그들을 기억하는 6·25 기념비를 제대로 볼 수 없고 동상 하나 볼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제64주년 6·25기념일을 맞으면서 조용히 음미해야 할 것은 조국을 지켜 온 수많은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살리고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가 소원하는 평화통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의 흔적이 거의 사려져 버린 6월, 그래도 호국보훈의 참뜻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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