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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내리사랑

[시사 에세이]이재원 유성 한가족요양병원 이사장

  • 승인 2014-06-09 13:54
  • 신문게재 2014-06-10 16면
  • 이재원 유성 한가족요양병원 이사장이재원 유성 한가족요양병원 이사장
▲ 이재원 유성 한가족요양병원 이사장
▲ 이재원 유성 한가족요양병원 이사장
진료실에서의 풍경입니다. 치매로 진단을 받으신 한 아버님을 두고 형제끼리 설전이 벌어집니다.

“제수씨는 직장에 안다니잖아! 아버님을 어떻게 요양병원에 모시냐? 당연히 네가 모셔야지!”

“아니 우리 집은 고등학교 3학년이 있다고요, 방도 3칸밖에 안 돼요. 아들·딸 각각 방 하나씩은 써야 하는데 그럼 거실에다 모실까요?”

동생도 자신의 부인을 지원하며 자신의 형과 맞섭니다.

“형, 형 집은 방이 하나 비어 있잖아?”

“그럼 낮에는 어떻게 하라고? 마누라 직장 때려치우라는 얘기냐?”

“그럼 나는? 나는 이혼 하라는 말이야?”

급기야는 언성이 높아지고, 감정적인 대립이 되고, 서로를 미워하게 됩니다. 가끔 이지만 이러한 형제들 간의 감정 대립이 불행하게도 진료실 안에서도 펼쳐집니다. 가족의 화합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너무 진지하게 앞팀이 죽기살기로 내기골프를 하면 '아마도 부모님 모시기 내기인가'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필자인 저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과 면담을 하고 수많은 갈등과 가슴속의 속내를 많이 들어주는 것이 직업이죠. 이런 광경이나 갈등을 들을 때 마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말은 못하지만 스스로에게 가끔 질문을 던져 봅니다.

과연 저분들이 자식일 때도 그럴까. 치료의 질보다 한 달 입원비를 먼저 따질까. 또한, 우선 서로 협력을 하고 부모님을 무조건 살리고 건강을 되찾는 것 보다는, 나는 못 모신다는 책임 회피의 이유나 정당성부터 찾으려 하지 않을까라고 말이죠.

요양병원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부모에게 잘못하는 자녀들과 효자·효녀분들이 확연히 구분이 됩니다.

더불어 안타까운 일이지만 '간병에 효자 없다!'고 정말 많은 자녀들이 할 도리 다하느라 지쳐버린 경우도 너무 많이 보고 있습니다다.

저 역시 스스로에게 반문을 해 봅니다. 나도 과연 내 부모님이 오래 앓으실 때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자식에게 천대를 받습니다. 천대는 아니라도 적어도 부모님들이 무관심을 받는 경우는 매우 많습니다. 경제적 여력이 없는 부모님이라면 더욱 심한 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식에겐 잘하면서 부모에겐 잘 못할까요? 불효와 효를 따지기 전에 원초적인 생각부터 해보았고 진리 하나를 옛말에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바쳐 지키지만 자식은 부모를 위해 다 바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도 지키고 모든 것을 던져야할 자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 유교적인 관점보다는 삶의 순리를 따라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고 노년을 자식에게 의탁을 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스스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만큼은 절대 자식에게 양보해선 안됩니다. 아들의 사업이 급하고 어렵다 혹은 망한다 등의 이유가 있어서도 말입니다. 어르신들은 돈을 움켜 쥐시고 자식에게 기대려 하시지 말아야 합니다.

자식에게는 또 자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냉정할 수밖에 없는 내리사랑의 법칙입니다. 내리사랑 애틋한 자식들을 잃으신 부모님 세월호 참사 부모님들에게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그 어떤 위로도 도움이 안 되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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