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그러나 오늘날 이런 선입견 같은 것이 없어졌기 때문에 경매가 활성화 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경기가 나빠 불량채무자들이 늘어나면 좋은 부동산이 법원 경매 물건으로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불경기 때에 좋은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의 관념에 반한다는 주장에 대해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사이 경매로 인해 제 값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채무자로서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산장수와 짚신장수의 이야기처럼 세상의 일이란 원래 나쁜 면이 있으면 그 이면에 좋은 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경매라는 제도가 있으니 어쩌겠는가? 부동산을 사야 할 사람이라면 이를 이용하는 수밖에. 최악은 아니고 차악일 수 있는 것이고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과정에서 흔히 등장하는 문제가 바로 제3자가 경매물건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이다. 아마도 유치권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매에서의 유치권은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뿐 아니라 법률적으로도 많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우선 유치권을 설명함에 있어서 쉬운 예로서 시계공의 이야기를 든다. 즉 시계공이 고장 난 시계를 고치고 수리비를 받지 못한 경우에 시계공은 시계주인이 수리비를 줄 때까지 시계를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유치권이다. 즉 물건 자체로 인해 생긴 채무에 대해서 물건 주인이 이를 갚을 때까지 채권자는 물건의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인 것이다. 경매에 있어서는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건물의 신축이나 내부수리 중에 건축주가 부도를 내면서 신축비용이나 내부수리비용을 공사업자에게 갚지 못하게 되면 공사업자들은 그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일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유치권이 있는 건물은 경매물건으로서는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왜냐하면 유치권이란 법적으로 인정된 담보물권이기 때문에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채권을 다 갚을 때까지는 그 물건을 제대로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공사업자들이 건물을 점거하면서 유치권이 있다고 주장하면 언제든지 유치권이 성립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정당한 성립된 유치권만이 유치권으로 보호받게 되는 것이며 정당한 유치권이 성립되지 않으면 아무리 공사업자나 시계수리공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정당한 유치권인지 여부를 가리기가 그다지 쉽지 않다.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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