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세계 1위의 갑부 연예인으로 등극한 미국 코미디언 제리 사인필드는 우리 나이로 환갑이다. 그가 47살에 늦둥이 자식을 두고 한 말이 있다. “상상해보라. 당신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응가를 한다고!” 과학적으로 볼 때 사랑의 중심은 가슴(심장)이 아닌 뇌(브레인)에 있다. '화학'에 근거하면 똥 기저귀가 더럽지 않은 신비가 술술 풀린다.
예를 더 들면 일부일처 호르몬이라 불리는 바소프레신이 작용해야 한눈을 덜 판다. 아내가 아이를 가지면 남편은 유대감 호르몬인 프로락틴이 올라간다. 테스토스테론은 내려가 성욕이 떨어진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은 파충류나 양서류와 구별되는 '애착'의 화학작용이 있다. 공감의 뇌가 있어 자식은 아버지의 아군이 되고 땡볕에서 선거운동도 한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문화'를 보려다 '화학'을 봤다. 촉매는 기초의원에 출마한 아버지의 선거운동에 헌신적인 자매였다. 3년 전 중도일보에 “자식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해도 결코 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인터뷰했던 후보였다. 비록 낙선했으나 두 자매는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 반면, '큰 승부에 명국(名局) 없다'는 바둑 격언처럼 큰 선거일수록 조잡하게 흘러 감성의 뇌관을 건드렸다. '미개 국민'이 그랬고,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 없다”는 딸의 페이스북 글은 충격 자체였다. 다른 후보 아들의 '(아버지는) 진심 교육감'이라는 아고라 글은 4~10%대의 낮은 지지율을 뒤엎고 당락을 바꿔놓았다. 가족의 객체화, 공적 정치와 사적 가족사가 엉킨 자식들의 대리전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를 본 정치평론가는 말한다. “쇼 아닙니까, 이거? 도시락 싸들고 나눠먹는 연출도 쇼입니다. 잘 아시잖아요?” 맞다. 쇼였을 수 있다. 영화로 말하면 주연보다 돋보이는 신 스틸러('화면 훔치는 사람') 같은 아들에 대해 어느 누리꾼은 “아비 보면 그 자식을 알고 자식을 보면 그 아비를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이보다 명석한 일침이 있을 수 없다.
부모가 이룬 업적의 증거가 자식이다. 하지만 자식 겉 낳지 속은 못 낳고, 품안의 자식이라고, 뜻대로 안 된다. 거기에다 자식은 어질고 재능 있는 인물을 뽑는 선발거용(選拔擧用, 선거)에서 참고사항을 넘어 가족선거판을 만들기도 했다. 콩 심은 데 반드시 콩 나지 않는 게 자식농사인 것이다.
이같이 어려운 자식농법 때문에 촌수 우스갯말이 생겼다. 부모와 자식의 거리는 낳을 땐 1촌, 대학 가면 4촌, 군 제대하면 8촌, 결혼하면 사돈의 8촌, 애 낳으면 동포, 이민 가면 해외동포라고 한다. 부자·부녀간 촌수를 지키고 위계를 잡아주는 애착관계 형성은 그러므로 부모의 기본 테크닉이다. 아버지는 특히 친애관계에 간여하는 엔도르핀과 프로락틴 같은 사랑의 화합물로 가정이란 대지에다 숲을 가꾸는 존재다.
대전 대덕, 충북 충주 등지에서 치를 7·30 재보궐선거에는 가족 숲을 가꾸는 '화학'을 잘하는 후보가 나서는 게 좋겠다. 가족의 품격을 지키고 정치 품격을 이야기하자. 우리 국민은 사인필드의 재산(8391억원)보다 거액인 8878억원의 지방선거 비용으로 “숲 가꾸기에 서툴더라도 아버지 역할은 포기하지 마라”는 '부모학' 강좌를 들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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