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남편은 아내의 소찬을 그리워 하지만 아내는 가사노동에서 간절히 벗어나길 희망하는 외침의 표현이리라. 왜 남편들은 가정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갈까. 남편이란 이처럼 애물 덩어리에 불가한 존재란 말인가. 우스갯소리로 여기기에 너무나 지나친 조크(jock)다.
그런데 미국 하버드대 영양학 교수인 진 메이어(Jean Mayer)는 '남편을 빨리 죽게 하는 열 가지 비결'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역설 건강법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에 발표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당신의 보험은 안전하십니까?” 라는 부제와 함께 도발적인 문구로 미전역은 물론 다른 나라 독자들까지 흥분시켰던 사랑하는 남편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열 가지 비결을 조용히 음미해 보자.
▲술을 마음껏 마시게 하라 ▲늘 편안히 놀게 하고 걷지 못하게 하라 ▲매일 아침 계란 프라이를 두서너 개 먹여라 ▲기름기 많은 고기요리와 설탕과 버터를 듬뿍 먹여라 ▲요리는 가급적 짜게 만들어 먹여라 ▲커피나 홍차에 설탕을 많이 넣어 먹여라 ▲담배를 마음대로 피우게 하라 ▲매일 밤늦게 자게 함으로써 수면부족이 되게 하라 ▲휴가나 여행을 못 가게 해 스트레스를 쌓이게 하라 ▲돈 문제나 자녀 교육문제로 아침저녁으로 바가지를 긁어대 스트레스가 쌓이도록 하라.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이처럼 하면 저승으로 보내기는 어렵지 않다. 흔히 가장의 건강을 위한다고 자신은 안 먹으면서도 맛있는 것, 비싼 것만 골라서 끼니마다 미식(美食) 공양하는 주부가 좋은 아내로 평가받고 있다.
예부터 우리 주부들은 부엌에서 조식(粗食) 소찬을 먹으면서 궂은일을 도맡아 해 왔고 가장들은 가족 중에서 미식과 포식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아 왔다. 남편의 건강을 원한다면 이제부터라도 곡·채식 위주의 자연식과 소식생활을 철저히 실천하고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범위를 공유하도록 살펴 주는 것이 진정한 양처의 책임이다. 그래야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해진다.
악처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 기원전 470~399년)의 아내를 무색케 하는 악처훈(惡妻訓)이라고나 해 둘까?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논문을 발표했을까마는 아무리 외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미국의 주부들에게 순간적이나마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이었음이 분명하다. 아직까지 현모양처를 이상적인 상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의 주부들이 이 악처의 좌우명을 읽고 '남편을 오래 살게 하는 비결'로 바꾸어 실천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 메이어의 역설 건강교훈에서 보는 것처럼 엄마의 가족식단이 가정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새삼 마음에 새겨보자. 자녀와 아빠의 건강은 엄마의 손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엄마는 가정의 건강을 즐거운 마음으로 책임지려는 자세로 늘 영양지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결혼한 여자는 아내와 엄마로서, 또한 영원한 딸의 위치로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건강보험 설계사가 되어야 한다. 남편과 아내가 상대방을 서로 돌보며 행복한 부부생활의 지혜를 모아 나가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