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세월호 침몰사태로 반 정부 및 여당에 대한 기류가 나타났던 만큼,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정부와 여당의 대처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충청권 광역단체장 가운데 단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완패했던 새누리당이었지만,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으로 대전ㆍ세종시장을 보유하게 됐었다.
그러나 4년뒤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도 새누리당의 결과는 초라했다.
국회의원과 현직 시장 등이 후보로 나섰음에도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뼈아픈 고배를 마셨다. 그동안 세월호 침몰사태로 인해 선거 초기부터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선거 무관심 등으로 표출, 민심 향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결국 충청권의 민심은 침몰사태에서 보여진 정부의 대처능력과 고위 관계자들의 행태 등에 실망한 나머지 반 여당의 표심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충청권에서의 패배로 새누리당은 한동안 그 충격파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충청권이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했고, 두 석의 국회의원 직을 포기하면서까지 정권 안정을 꾀했음에도 이번 패배로 정국 주도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 당장, 새누리당은 오는 7월 보궐에서 반드시 과반수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우려할 상황에 놓인 만큼, 보궐 선거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클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새정치민주연합=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대전시장을 비롯해 충청권 전체를 거머쥐었다. 특히, 대전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신인 민주당 시절에 단 한번도 대전의 운영권을 손에 쥔 적이 없었다. 이는 충청권이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의 투표 심리를 지녔다는 점도 있지만, 지역 대표를 자처하거나 그를 상징할 만한 경쟁력을 지닌 인물이 새정치민주연합 측에 없었던 것도 한 이유로 제기된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대전 등 충청권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올리며 새누리당이 내세웠던 정권안정론을 잠재웠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적지 않은 곳이 충청권임에도 민심은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 대망론을 대표하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파워도 실감했다.
접전지로 예상됐던 대전과 세종 등과 달리 충남은 안 지사의 요청으로 중앙당 지원없이 안 지사 개인의 역량으로 선거전에 임했다.
여기에 지역 정치권 원로들의 지원 속에 출마했던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를 누르고 당선됨에 따라 자신의 열망인 충청권 대망론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따라서 박 대통령 이후 차세대 대권주자가 뚜렷하지 않은 새누리당에는 위협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차기 총선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택하면서 총선에서 원내 역전의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기 때문이다.
▲정국변화 불가피=새정치민주연합이 충청권 등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함에 따라 박 대통령은 야당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쪽으로 국정운영의 변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내에서도 청와대 우위의 당청 관계에서 당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달 14일 전당대회에서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며 범친박과 비주류의 지원을 받는 김무성 의원이 대두될 것으로 점쳐진다.
대권 잠룡들의 면모도 새롭게 짜여졌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안철수 대표의 입지가 탄탄해질 전망이고,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야권의 대권주자로 부상했으며 새누리당에선 유정복 전 장관과 남경필ㆍ원희룡 의원이 각각 인천시장과 경기지사, 제주지사에 당선되며 잠룡 반열에 들어섰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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