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판결]“성관계 없어도 정신적 손해배상 타당”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주목할 만한 판결]“성관계 없어도 정신적 손해배상 타당”

대전가정법원 “정조의무 위배”… 타인 혼인관계 파탄 책임 있어 내연녀·남편 배상금 천만원 판결

  • 승인 2014-06-04 20:29
  • 신문게재 2014-06-05 6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성관계를 맺은 간통(姦通)이 아니라도 타인의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다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가정법원 제11가사부(재판장 남동희)는 A(43·여)씨가 자신의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B(46·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1997년 남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둔 A씨는 2005년부터 둘째 아들의 질병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오던 중 2010년 남편이 누군가에 쓴 연서(戀書)를 발견했다. '지금부터 남은 인생 당신을 위해 살겠소이다. 당신의 사랑 앞에서 무릎 꿇겠소이다. 바다만큼 사랑하는 당신에게'라는 등 상당한 분량의 연애편지였다. 연애편지 내용의 대상자는 남편과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친밀하게 지내온 B씨였다. B씨는 결혼했다가 이혼한 후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대전 유성구 모 문구점에서 남편이 B씨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는 모습을 A씨의 친구가 목격했고, 이듬해 1월에는 남편이 B씨에게 60만원 상당의 코트를 사줬으며 B씨의 주식까지 관리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편은 2011년 11월부터 1년 동안 B씨에게 1400여회의 전화와 2300여회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B씨는 A씨의 남편에게 340회 이상의 문자와 1600여회의 전화를 했다. 전화와 문자 송·수신은 늦은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았고, B씨는 수개월간 A씨의 남편에게 매일 모닝콜까지 해줬다.

A씨는 남편의 부정행위를 의심하면서 추궁하는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하며 상해를 입기까지 했지만, B씨는 A씨 부부가 이혼소송 중이던 2013년 3월 자신의 딸을 데리고 A씨의 남편과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다. A씨가 제3자인 B씨를 상대로 3000만원 상당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유다.

가사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성관계를 통한 간통이 아니더라도 남편의 행동은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부정한 행위'라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됐기 때문에 B씨는 A씨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부부의 정조의무를 저버린 남자의 부정한 행위에 가담해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며 “B씨는 남자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A씨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가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대신, 남편도 A씨에게 1000만원 상당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