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가정법원 제11가사부(재판장 남동희)는 A(43·여)씨가 자신의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B(46·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1997년 남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둔 A씨는 2005년부터 둘째 아들의 질병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오던 중 2010년 남편이 누군가에 쓴 연서(戀書)를 발견했다. '지금부터 남은 인생 당신을 위해 살겠소이다. 당신의 사랑 앞에서 무릎 꿇겠소이다. 바다만큼 사랑하는 당신에게'라는 등 상당한 분량의 연애편지였다. 연애편지 내용의 대상자는 남편과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친밀하게 지내온 B씨였다. B씨는 결혼했다가 이혼한 후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대전 유성구 모 문구점에서 남편이 B씨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는 모습을 A씨의 친구가 목격했고, 이듬해 1월에는 남편이 B씨에게 60만원 상당의 코트를 사줬으며 B씨의 주식까지 관리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편은 2011년 11월부터 1년 동안 B씨에게 1400여회의 전화와 2300여회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B씨는 A씨의 남편에게 340회 이상의 문자와 1600여회의 전화를 했다. 전화와 문자 송·수신은 늦은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았고, B씨는 수개월간 A씨의 남편에게 매일 모닝콜까지 해줬다.
A씨는 남편의 부정행위를 의심하면서 추궁하는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하며 상해를 입기까지 했지만, B씨는 A씨 부부가 이혼소송 중이던 2013년 3월 자신의 딸을 데리고 A씨의 남편과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다. A씨가 제3자인 B씨를 상대로 3000만원 상당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유다.
가사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성관계를 통한 간통이 아니더라도 남편의 행동은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부정한 행위'라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됐기 때문에 B씨는 A씨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부부의 정조의무를 저버린 남자의 부정한 행위에 가담해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며 “B씨는 남자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A씨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가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대신, 남편도 A씨에게 1000만원 상당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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