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광 대전지구JC 회장 |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어느덧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러 유가족을 제외한 국민들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슬픔을 뒤로 한 국민들은 참사 이후 가장 중요했던 6·4 지방선거를 무사히 치르며 새로운 일꾼 창출에 대한 국민의 의무를 다했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한없이 송구할 따름이지만 TV와 신문을 통한 그들의 슬픈 소식에서 조금씩 벗어나 일상의 현실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한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수많은 생명을 차가운 바다 속에 내버려두고 자신의 목숨만 부지한 선장과 승무원들을 향한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필자는 우리가 비난하는 그들의 모습 대부분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득 두려움이 밀려온다. 반대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안타깝게 숨진 승무원 고(故) 박지영 씨를 비롯해, 제자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희생한 선생님들과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건 낸 학생들이야 말로 우리 조국의 미래이자 청년의 책임을 다한 이들이 아닐까.
필자는 이번 참사를 겪고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아무 잘못도 없이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우리 세대들의 고통을 헤아리면서 청년의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필자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선거는 국민은 물론 우리 청년들의 구체적인 삶을 개선하고 사회 가능성을 제시하여 아름다운 미래를 바라보는 좋은 정치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에 대한 청년들의 올바른 의식이 필요하다. 필자는 정치와 국가정책에 관심을 두고 있는 청년들이 정당에 가입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직접 투표에 참여하고 또래의 청년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청년층 투표율이 높으면 후보자들은 청년층을 위한 공약들을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성세대 정치인들은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비판하지만 그들의 정치가 청년들의 삶을 나아지게 한 적도 없다. 청년들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갖기 전에 자신의 투표 참여로 자신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개선시키길 바란다.
선거가 있기 전 우연히 대학생들과 시간을 함께하게 되었다. 그때 필자는 그들에게 '선거가 무엇이냐'고 생각하는지 물었고 그들은 '길에서 명함 돌리고 횡단보도 앞에서 춤추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라는 조소 섞인 안타까운 대답으로 필자의 질문을 대신했다. 하지만 이 대답에 대해 누가 질책하고 반박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필자는 이번 6·4 지방선거, 특히 지방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대해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다. 바로 전에 언급했듯 모두가 눈살을 찌푸리는 선거 운동 대신, 매니페스토 정신에 입각해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인 공약을 개발하고 출마하는 후보들이 지역사회에 관한 여러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이에 대하여 토론하고 수렴하는 데 더욱 집중했길 바랐다. 우리에겐 누가 당선되는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들이 만들어 낼 정책이 우리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전지구청년회의소 산하 9개 로컬은 청년회의소에 속한 회원은 물론, 회원 가족들도 반듯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펼쳐 참사 이후 조금이나마 더 의미있는 선거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부족하나마 필자와 대전지구청년회의소 산하 9개 로컬의 지역 청년들이 청년의 책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겸손히 자부한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충격과 슬픔,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4 지방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슬픔은 잠시 묻어두고 청년들은 4년마다 한 번 있는 권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4년이란 시간은 길다.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우리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지혜롭고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같은 세대의 아픔을 같이 겪은 우리 청년들의 올바른 투표는 앞으로 열릴 조국의 미래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막는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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