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익중 금융감독원 대전지원장 |
지난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외로부터의 위기였다면 최근의 연이은 금융사고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안으로부터의 위기'로 그 피해 규모의 크기를 떠나 당해 금융회사의 평판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금융업계 전반에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금융회사는 고객의 신뢰가 바탕이 될 때에만 성장할 수 있다. 그러기에 금융회사들도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 상호점검(cross-check)을 기본으로 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통제시스템 개선 노력은 성과와 실적위주의 조직문화로 인해 우선순위가 밀려 중간절차가 생략되고 이를 점검하고 관리할 인력 배정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리고, 내부통제제도는 단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다수의 금융회사 임직원들도 내부통제를 감사부서, 준법감시인 등 내부통제 관련부서의 고유업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그릇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즉, 내부통제제도의 운영주체는 이사회, 경영진, 감사위원회, 준법감시인, 중간관리자 및 일반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들이다. 이들 중 어느 누구라도 내부통제제도 준수를 소홀히 할 경우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틈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내부통제제도는 마련된 제도를 지켜나가는 과정이 계속돼야 한다. 신용카드사 고객정보유출사고, KT ENS 대출사기 사건 등에서도 나타났듯이 내부통제 규정이 충분히 마련돼 있더라도 어느 한순간에 구성원들이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금융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내부통제제도를 지켜나가는 과정은 참 불편하다. 내부통제제도의 기본이 상호점검, 즉 크로스 체크'cross-check'에 있다 보니 어찌 보면 옆의 동료가 행한 일들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수도 있고, 전문가가 수행하는 업무에 불편한 짐을 지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최근의 금융사고로부터 배우고, 이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금융감독당국도 지난 4월 내부통제 강화 촉구를 위한 은행장 회의를 개최해 최근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은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은행장들에게 이러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을 냉철히 자성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청하면서 획기적인 경영쇄신 및 임직원의 의식개혁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를 촉구한 바 있다. 아울러 검사 및 제재 업무를 지속적으로 혁신해 금융의 기본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금융감독당국도 잘 알고 금융의 기본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각 금융회사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신뢰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할 것이다.
오늘(5일)은 2005년 박찬호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0승을 달성한 날이다.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 갖은 역경을 딛고 일어나 통산 123승을 달성하고 난 후 박찬호 선수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꾸준히 해내는 것이다.” 참으로 흔하고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메이저리거로서 동양인 최고 승을 거두기까지 가장 힘든 일은 꾸준한 것이었다는 박찬호 선수의 말, 어쩌면 우리나라도 금융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꾸준히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번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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