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
공자가 和의 개념을 생각하고 언급한 발언을 논어에서 찾아보면 蓋均無貧 和無寡 安無傾 (개균무빈 화무과 안무경)이라는 표현이 있다. 대체로 분배가 균등하면 가난한 사람이 없고, 서로가 화합하면 모자라는 일이 없으며, 평안하면 나라나 집안이 기울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는 말이다. 이 구절 가운데 포함되어 있는 균(均), 화(和), 안(安) 세 글자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에서 핵심으로 삼아야 할 정신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소득의 균등 분배, 국민 화합, 국민 안전은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이지 않은가?
공자가 和를 강조한 또 다른 표현으로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공자는 이처럼 이상적 인간형으로 여겨지는 군자와 그렇지 못한 소인을 대비하여 예를 드는 것을 즐겨하였다. 즉, 군자는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그렇다고 서로 꼭 같아지려 애쓰지 아니하는데, 소인들은 서로 같은 것 같지만 결코 조화롭게 지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군자의 화(和)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도 남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굳이 꼭 같아지려 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이처럼 나와 생각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우리는 화합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소인배는 부화뇌동하고 겉으로 남들과 같은 척하지만 서로 인정하면서 깊이 있게 어울리고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이제 지방선거가 끝나고 모든 것이 다시 자리를 잡고 차분한 일상이 시작되어야 할 때이다. 혼란과 질서가 반복되는 것이 세상 이치이기는 하지만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 때면 화할 和자가 자꾸 뇌리를 맴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외치는 fighting이라는 구호가 이번 선거에서도 여기저기서 많이 외쳐졌을 것 같다. 이뤄야 할 일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집단적 투지를 결집하여 승리나 성공을 쟁취하자는 의미로 영어의 fighting을 사용한 것이 이해는 되지만, 영어 본래의 의미나 어법 그리고 사용되는 맥락 모두가 부적절한 fighting을 외치는 것이 나는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단결하자고 여럿이 함께 구호를 외치는 상황에서 혼자 생각만으로 이를 거부한다는 것 또한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 구호에 시비 걸지 않고 남들과 함께 큰소리로 외쳐보고 싶은 생각에 뜻이라도 의미 있게 만들어 보자고 구상한 것이 和異?, 和利?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토종 한자로 버팀목이라는 뜻을 가진 ?(팅)자를 찾아낸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이제부터는 싸우자고 fighting을 외치는 대신 우리가 서로 다른 사람들을 화합시키고, 세상을 조화롭고 이롭게 하는 버팀목이 되어 보자는 뜻으로 和異?, 和利?을 외쳐보자. 세상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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