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영 대전 자양초 교사 |
높은 학구열로 선행학습을 많이 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재직할 당시 그런 질문들이 나를 괴롭혔다. 교사가 가르쳐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이 있겠지만, 크게 교과지도, 생활지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교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생활지도보다는 교과지도에 치중을 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교사로서 가르칠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이 줄어든다는 말이 되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아는 내용에 수업시간을 지루해 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놀기도 바쁜 쉬는 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 어릴 적 꿈이 교사였던 나에게 학교란 배움의 터전이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배움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사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교사로서의 나를, 배움의 장소인 학교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하루하루는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그리고 나서 7년 후, 현임교로 전근을 오며 처음으로 1학년 담임교사가 되어서야 그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업무 분장을 할 때마다 1학년 담임은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첫 아이를 입학시키고 나니 그 전만큼 두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달리 초임교사 시절 이후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교사가 한 마디를 하면 학생들도 한마디를 하고 그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다. 교사의 행동 하나하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낯설고 신기한 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한 시간 안에 정해진 수업 분량을 나가는 일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었다.
처음에는 뒤바뀐 환경들이 나를 당황케 했다. 7년 전 품었던 그 질문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잘하는 학생들에 길들여져서 학교교육이 처음인, 기초적인 교육에도 무지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앞날이 답답하기만 했다. 7년 전에는 학교가, 교사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자괴감이 들었는데, 지금은 학교가 책임져야 할 많은 부분을 부모가 해주지 못한 것에 난감해 하는 내가 부끄럽고 우스웠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제는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해답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질문에 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학교는 글씨 쓰는 법, 가위 잡는 법, 풀칠하는 법에서 시작해 나를 사랑하는 법, 남을 배려하는 법, 친구와 더불어 사는 법, 세상을 바라보는 법, 민주시민으로 자라나는 법 등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며 깨달았다. 또한, 지식적인 내용을 선행학습 하였다고 하더라도 교사는 한 부분도 놓치지 않도록 기초를 닦아주어야 한다. 이렇게 기초를 닦아주는 것, 학급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하도록 하는 것, 그것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초임교사 시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던 내게 옆 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유 선생, 아이가 엄마에게 엄마라고 말하기까지 3000번을 들어야 한 대요. 우리가 생각하기에 아주 쉬운 그 한 마디 말을 아기가 하려면, 얼굴을 쓰다듬으며, 기저귀를 채우며, 밥을 먹이며 엄마가 3000번 넘게 이야기 해주어야 한 대요. 그것처럼 우리도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치고 또 가르쳐야 그들에게 배움이 되는 거예요. 한 번에 되는 일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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