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 뜻이어 나눔 실천하는 "나는야 빵쟁이"

선친 뜻이어 나눔 실천하는 "나는야 빵쟁이"

직원들이 데모하던 그해부터 경영참여… 베풂이 곧 삶이었던 아버지 닮아갈 것 생크림 케이크부터 최초 포장빙수까지… 끊임없는 콘텐츠개발만이 '장수의 비결'

  • 승인 2014-06-03 14:23
  • 신문게재 2014-06-04 9면
  •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오희룡ㆍ사진=이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오희룡ㆍ사진=이
●중도초대석-빵으로 세상을 바꾸다 임영진 로쏘(주) 성심당 대표

“사훈이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십시오'입니다. 고객이 좋아야 하고, 직원이 좋아야 하고, 거래처가 좋아야 하고, 경쟁 회사도 좋아야 하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튀김 소보로 빵을 사기 위해 줄선 사람들 때문에 은행보다 더 먼저 번호표를 도입해 나눠줬던 제과점. 최초의 생크림 케이크와 포장 빙수를 만들어 판 곳. 그날 팔고 남은 빵은 모두 시설에 기부하는 착한 기업. 그리고 이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맞선 '동네빵집'의 신화이자 대전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가 됐다. 바로 성심당이다. 부친 임길순씨(작고)에 이어 2대째 성심당을 운영하고 있는 임영진(60) 로쏘(주)성심당 대표. 그는 지금의 은행동 자리에 위치한 성심당을 명실공히 지역의 대표 빵집이자 중견 기업으로 성장 시킨 주인공이다. 임 대표는 선친의 뜻을 이어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동네빵집의 성공 신화를 일궈 지역의 대표 중견 기업으로 성장시킨 성심당 임영진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대전역 앞 찐빵가게에서 대전의 명물로=지금은 '성심당'하면 대전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힐만큼 지역의 명소가 됐지만, 초라하고 옹색했던 대전역 앞의 작은 찐빵집이 그 원조다.

함경도 피란민인 임영진 대표의 부친 임길순씨와 모친 한순덕씨(작고)가 전쟁이 막 끝난 1956년 대전역 광장 한켠에 천막을 치고 장사를 시작했다. 임 대표는 “어렸을 때라 어렴풋이 기억 나는데, 아버지, 어머니께서 노점상에서 찐빵 장사를 했던 것 같다”고 회상한다.

당시가 임 대표가 두살 되던 해다. 나무팻말로 성심당이라는 글자를 새기고 찐빵을 팔기 시작했던 양친은 그 후 5년쯤 지나고서야 대전역 앞 건물에 비로소 조그만 가게를 냈다.

이 후 장사가 잘 되면서 임 대표가 중 3이 되는 해 성심당은 지금의 '케익부띠끄' 자리인 은행동 골목으로 가게를 옮겼다.

임 대표는 “아버지께서는 부모가 밤 늦게 빵장사를 하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못 돌보니, 성당 종소리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대흥동 천주교성당 앞으로 가게를 옮긴 것 같다”면서 “처음에 이사 올때만 해도 이곳이 비포장 도로에 목재소만 있는 우범지대였다.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조금씩 도시가 번화하면서 중심지가 됐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자전거로 밀가루를 실어 나르고, 배달을 하면서 부모님을 도왔던 임 대표는 대학 입학과 함께 쉬엄쉬엄 빵집을 돌봤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바로 위 누님이 결혼하면서 매장을 돌 볼 사람이 없었다. 부모님이 모두 나이가 많으셔서 학교갔다 오면 바로 매장을 봤다”고 말한다.

임 대표가 본격적으로 빵 집 경영에 참여한 것은 그 해 직원들 5명이 데모를 하면서다.

“문을 닫을 순 없으니까 어릴때부터 봐오던 걸 가지고 혼자서 책을 보며 반죽을 하고 빵을 만들었어요. 새로운 기술자가 올때까지 빵도 만들고 케이크도 만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일이 없었다면 평생 빵집을 운영할 제가 빵만들 일이 없었을 텐데,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임 대표는 출ㆍ퇴근이 가능한 공군장교를 지원한 후 제대와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 들었다. 지금은 성심당의 대표 상품이 된 튀김 소보로, 생크림 케이크와 포장 빙수 모두 임 대표의 작품이다. 그의 아들도 빵만들기의 대를 잇고 있다. 빵을 만든다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 강제로 권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행히 아들이 군 제대후 제빵사 자격증을 딴 후 평사원으로 입사해 지금은 실력으로 대리가 됐다.

어려움은 기회로, 착한일은 반드시 돌아와=성심당 하면 임 대표 부친의 선행이야기를 빠뜨릴 수가 없다. 1ㆍ4후퇴때 함경도에서 피란을 나온 임 대표의 부친인 고 임길순 씨는 흥남부두에서 마지막으로 떠난 화물선 빅토리아호에 가까스로 몸을 맡겼다. 거제까지의 2박 3일동안 수용인원 2000명의 7배에 달하는 1만4000명의 피란민을 태운 빅토리아호 갑판위에서 임길순 씨를 비롯해 피란민들 모두 서서 3일간의 긴 파도와 풍랑을 만나야 했고, 임 대표의 부친인 임길순씨는 '살기만 하면 남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후 선친의 삶의 대부분은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이었다.

“매장을 꾸리면서 번 돈으로 어려운 분들 도와주시러 다닌 아버지는 양로원도 지어 주셨고, 또 당시 어려워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염도 해주셨어요. 그날 팔고 남은 빵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 주신 것도 아버지께서 시작하신 일인데, 그 덕이 되돌아오더라구요. 빵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불안했을 텐데 '성심당엔 전날 판 빵이 없다'는 믿음 때문에 잘 됐구요. 결국 우린 빵을 공짜로 준 게 아닌 셈이 됐죠.”

여전히 임 대표는 당일 팔고 남은 빵은 어려운 이웃이나 사회복지시설에 나눠주고 있다. 매년 수억원을 기부하고 아프리카에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베풂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지만, 그런 임 대표에게도 역경은 많았다. 38살이 되던해 당시 7살이던 큰 아들을 심장 판막으로 잃은 것은 임 대표에게 겸손함을 알게 해줬다.

“아이가 아프니 기도하게 되고 사람일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새삼 알게됐어요. 집착하지도 않게 됐구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아들을 잃은 슬픔은 저에게 많은 교훈을 줬어요. 제가 대학 1학년 때 일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안나오면서 힘들었지만 제빵 기술을 배울 수 있었구요.”

지난 2005년께는 가게에 화재가 나기도 했지만 기적적으로 일어섰다. “기계가 타고, 뜨거운 물도 안나오는데, 직원들이 중고 기름을 사오고, 페인트 칠을 하면서 불에 탄 회사를 살려내자고 똘똘 뭉치더라구요. 복구하려면 오래 걸리겠다 싶었는데 10일만에 빵이 나왔어요.”

성공한 동네 빵집, 비결은 원칙… 최초의 케이크 부티크=성심당은 지난해 연말 옛 성심당 자리에 전국 최초로 케익 부티크 문을 열었다. “케이크 부티크는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에요. 사실 빵과 케이크는 만드는 재료도 다르고 보관 온도도, 제조 기술도 완전히 달라요. 앞으론 빵과 케이크가 분리되는 쪽으로 바뀔 겁니다.”

임 대표의 이 같은 끊임없는 컨텐츠 개발은 동네빵집이었던 성심당을 오늘날 지역의 대표 빵집으로 우뚝서게 한 성심당의 경쟁력이자 자산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단팥과 도넛, 소보로를 하나로 만든 '튀김 소보로'는 출시 당시부터 줄을 서야만 살수 있었던 성심당만의 간판상품이 됐다. 느끼함으로 외면받던 버터크림케이크를 생크림케이크로 바꾸며 케이크를 대중화 시킨 것도 임 대표다. 한여름 스티로폼 박스에 빙수를 넣어 철봉에 매달아 놓고 얼마까지 버틸수 있는지를 계산해 내놓은 것이 최초의 포장빙수다.

이같은 끊임없는 상품 개발로 성심당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의 진출에 맞서 성공한 동네빵집의 사례로 종종 등장한다.

임 대표는 원래 빵은 손으로 반죽을 쳐서 바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계로 반죽하고 수송하고 보관해야 하는 대기업 빵은 사실 빵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네 빵집들이 어려우니까 좋은 기술을 갖고서도 비위생적이고 또 대기업에 비해 세련되지 못한 인테리어로 외면을 받은 거예요. 어려우니까 신선하지 못한 재료를 사용하고 오래된 빵을 내 놓은 것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한 이유였구요. 동네빵집들도 위기를 기회를 만들기 위해 경쟁력을 갖추는 본인들의 노력이 필요한 겁니다.”

세상을 바꾸는 기업=임 대표는 언젠가 일본의 안데르센 제과점을 방문했을 당시, 일개 제과점에 불과한 그곳이 히로시마에서 세 번째로 취업하고 싶은 곳이라는 말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상공회의소에서 대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성심당이 지역에서 한화와 계룡건설에 이어 세번째로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꼽혔다.

“우연이었다”고 손 사레를 친 임 대표는 “대신 직원들에게 정말로 성심당이 세 번째로 가고 싶은 회사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성심당은 어느덧 정규직원 250여명에 아르바이트생까지 합하면 300명이 근무하는 연매출 300억원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성심당'이 동네빵집으로 명성을 떨치면서 서울 등 곳곳에 분점을 내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천안 호두과자가 휴게소마다 있어서 많이 팔리겠지만 천안에서만 팔리면 가치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요? 성심당은 대전에만 있는 것으로 이미 공표를 해 놓기도 했구요.”

임 대표는 타 지역으로의 출점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 테마파크 처럼 빵과 케익, 초콜렛을 체험하는 시설을 세종시나 유성 쪽에 세우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십시오'라는 사훈에 대해 “고객이 좋아야 하고, 직원이 좋아야 하고, 거래처가 좋아야 하고, 경쟁회사도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성심당은 이를 위해 무지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이익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 이익(빨강)과 정체성(주항), 준법(노랑), 고객과 직원의 건강(초록), 정리정돈(파랑), 전문적지식(남색), 공유(남색) 등 7가치 가치를 추구해요. 그래서 이렇게 세금을 다 내도 이익이 나는 구나. 떳떳하게 경영해도 되는 구나 하며 닮으려는 기업도 생기기도 해요.”

임 대표는 “이제는 조금씩 알려져서 꼭 이렇게 (경영)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빵 만드는 일로도 세상을 좋게 만드는, 세상을 변화 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부심도 생기긴다”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한 가치로 빵을 만들며 이로 인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임영진 대표. 여전히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만큼 수수하고, 직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회사의 매출에서 부터 회의 내용, 개인들의 대소사까지 공유하고 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도 숙소의 서비스와 인테리어, 그릇 등을 꼼꼼히 챙긴다는 빵쟁이. 우직하고 흔들림없는 모습이 그가 좋아한다는 진청색과 닮았다.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오희룡ㆍ사진=이성희 기자

●임영진 대표는…
1954년생으로 삼성초, 한밭중, 충남고를 나와 1977년 충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부터 성심당 경영에 전념하기 시작했고, 1992년 외식사업부를 신설했다. 2007년 국제 제과제빵 대회 Siba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대한민국 외식 경영대상,2011년 제1회 아름다운 납세자 상을 수상했다. 같은해 지역경제 활성화 표창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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