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이승훈)는 A사가 조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제재기간을 2개월로 감축하는 조정안을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조달청은 국가기관으로부터 특정회사의 제품이 기재된 IP 전화기 공급을 위한 시방서와 내역서를 토대로 입찰공고를 냈다.
공고에는 특정회사의 제품이나 그와 동등 이상의 제품이면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했고, A사는 공고에 응찰해 공급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A사는 물품을 구할 수 없자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포기했다. 특정제품 생산회사나 그 대리점의 불공정행위 등으로 물품을 구입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이에 조달청은 계약불이행에 대한 제재로 A사에 입찰참가자격 6개월 금지 처분을 내리자 A사는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사 측은 “국가기관이 특수한 성능 또는 품질을 규격서에 반영해 입찰공고를 할 경우 공고 전에 제조사와 물품공급협약을 체결한 후 입찰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 참여한 그림자배심원단의 의견은 서로 달랐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8명의 배심원단은 조달청 처분에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A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반면, 법학전문대학원생과 시민사법위원 9명으로 구성된 그림자 배심원단은 조달청의 제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했다.
의견이 갈리자, 두 배심원단은 A사에 대한 제재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2개월로 감축하는 내용으로 조정을 권고하는 게 적절하다는 통일된 의견을 모아 재판부에 전달했다.
이에 재판부는 “조달청이 재량으로 제한행위를 1~6개월 사이로 결정할 수 있어 2개월 감경을 권고했다”며 “A사와 조달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판결을 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법 관계자는 “배심원들이 대체로 재판부의 설명이나 원고, 피고의 변론과 재판과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국민의 사법참여를 위해 더욱 다양한 소통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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