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의 제자인 자장(子長)이 “어떻게 정사(政事)를 하는 것이 옳은 도리입니까” 물으니 공자가 “5가지 아름다운 행실을 실천하고 4가지 악을 물리쳐야 한다”고 답했다.
5가지 아름다운 행실은 은혜를 베풀되 허비하지 않고, 수고롭더라도 원망하지 않으며, 욕망은 있어도 탐욕은 없고, 느긋하면서 교만하지 않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 것을 뜻한다.
4가지 악은 가르쳐 주지도 않고 벌하는 것을 잔학이라 하고, 모범을 보이지 않고 성공하라고 독촉하는 것을 폭정이라 하며, 명령은 게을리 하고 기한을 재촉하는 것은 도둑 정치이고, 남에게 주어야 하는데도 출납을 인색하게 하는 것을 쩨쩨한 벼슬아치라 말한 것이다.
여기서 존오미병사악의 줄임말이 '오미사악(五美四惡)'이다. 공자의 말처럼 '학(虐), 포(暴), 적(賊)'은 위정자가 저지르는 악행과 관련된 것이다.
공자시대의 정치구조와 지금은 사정이 한참 다르지만 시대를 떠나 우리가 바라는 정치인은 위정이덕(爲政以德), 즉 도덕과 예교로서 정치를 하는 자세를 원하고 있다. 공자가 추구한 이상적인 정치는 모두가 공감하는 상식의 수준에서 이뤄져야 하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태는 어떤지 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상당수 정치인이 과연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일부는 자신들의 야망과 목적 실현, 오로지 당선만을 위해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남발하며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바른 정치를 추구하는 인물도 적지 않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도입된 지방선거가 올해 6회째, 벌써 20년이 됐다. 존경받는 정치인도 많지만 소위 '양아치' 기질을 발휘하는 '정치꾼' 또한 허다하다.
시장과 도시자, 광역·기초의원 등 우리 지역을 이끌 정치인을 우리 손으로 뽑는 지방선거가 하루 남았다. 하루가 지나면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당선자와 낙선자로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당선자들에게 미리 전하고 싶다. 자신들을 시장, 도지사, 자치단체 의회로 보낸 사람들이 바로 유권자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섬겨야 할 대상은 바로 유권자들이다.
공자의 말대로 오미사악을 완벽하게 실천하는 정치인은 바라지도 않는다. 오미는 고사하고 사악만이라도 하지 않는 정치인을 바라는 게 오히려 현실적일 것이다.
주민들의 손으로 선출된 당선자들은 민심을 가슴 속에 새겨 공자가 말했던 오미사악의 참된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보기를 당부한다.
이영록·행정자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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