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더위를 보인 지난달 30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원신흥동 주민센터에 사람들이 꾸준히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찾아와 사전투표에 편리함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전투표는 30ㆍ31일 이틀간 진행됐다.
투표소는 선거구 외부 사람이 투표하는 '관외 유권자'와 선거구 사람이 찾는 '관내 유권자'로 구분돼 있다. 관외 구역 투표자는 진갈색 봉투를 따로 받아 투표 후 밀봉해야한다.
투표 시간은 대폭 짧아졌다. 본인 확인기에 신분증 확인을 한 후 서명이나 지문으로 신원 확인이 되면 자신의 선거구에 맞는 투표용지 7장이 인쇄돼 나온다.
사전투표를 마친 시민들은 '편리한 제도'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구에 거주하는 임 모씨(35ㆍ서구 만년동)는 “영업직에 종사하는데 당일 청주로 출장을 가야해서 오늘 사전투표를 하게 됐다”며 “꼭 우리 동네가 아니라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어서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을 하는 김 모씨(48ㆍ중구 문화동)은 “중간에 손님이 없어서 잠시 투표하러 들렀다”며 “우리 동네 투표소는 주차하기 불편해 고생했는데 올해는 편하게 투표했다”고 전했다.
회사원 김성철(43ㆍ서구 월평동)씨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투표장을 찾았다. 그는 “회사에서 점심 식사전에 함께 투표하러 가자고 약속했었다”며 “서로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 투표장 오는 길이 한결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주변 아파트에 산다고 밝힌 최 모씨(54ㆍ유성구 원신흥동)는 “주민센터에 볼일 보러 왔다가 한 표를 행사했다”며 “이렇게 편리한 제도를 왜 이제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유성구 온천2동 주민센터 사전투표 현장 역시,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시민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기꺼이 긴 줄을 서면서도 사전투표의 편리함에 크게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에 비교적 한산했던 투표소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하려는 인근 직장인들의 발길이 대거 몰렸다. 지역 거주자들과 장애인 유권자들은 실시간으로 투표할 수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수가 많았던 관외 유권자들의 줄은 복도 계단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김서연씨는 “다음달 4일에 일이 잡혀서 출근해야 하는데 사전투표 덕분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진작에 이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부재자투표와 달리 신분증만 있으면 어디서든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궁동에 거주하는 최은희씨(29)는 “신분증만 있으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투표할 수 있어 부재자투표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위치 특성상 온천2동 주민센터를 찾는 유권자들 중에선 근처 학교 대학생과 자취생이 많았다. 한 손에 전공책을 들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투표하러 오는 학생들의 표정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투표소에서 줄서 기다리던 일부 유권자들은 뒤늦게 스마트폰으로 자기 지역의 후보들과 공약 등을 검색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예진 학생은 “투표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좀 아쉽다”며 “투표소가 캠퍼스 안에 있거나 학교와 더 가까웠더라면 학생들이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소 확충은 과제로 남았다. 유성에 거주하는 김 모씨(47ㆍ유성구 원신흥동)는 “기존투표소에서 하는 줄 알고 사전투표를 하려고 생각했었다”며 “다행히 사전투표소를 다시 찾아서 투표를 하긴 했지만 솔직히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사전투표 장소에 대한 홍보를 좀 더 명확히 해주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대전지역은 6월4일 선거당일 348곳의 투표소가 운영되지만 사전 투표에는 79곳 투표소만 운영됐다. 또 사전투표소 대부분이 동주민자치센터 2층에 마련돼 노약자 및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기도 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 모씨(75ㆍ유성구 원신흥동)는 “몸이 불편해도 투표하려고 왔는데 2층이란 소리에 화가났다”며 “노약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상문ㆍ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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