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 논란으로 개정된 형법에 적용되는 사건은 아니지만, 노역장 유치기간을 1000일로 환산해 노역 일당을 정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송경호)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42)씨에 대해 징역 2년과 벌금 175억원을 선고했다.
선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박씨는 하루를 1750만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된다. 박씨의 경우 50억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1000일 이상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게 노역 일당을 산정하도록 한 개정 형법 조항을 적용받는 대상으로 아니지만, 재판부는 개정 형법에 준용해 노역 일당을 정했다고 할 수 있다. 무자료 골드바를 거래하는 브로커 A씨의 요구로 도소매업체를 설립한 박씨는 회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에 돈이 입금되면 인출해 A씨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가 B사에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것처럼 모두 1740억9100만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수 또는 교부하고 매출ㆍ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허위로 기재한 후 세무서에 제출해 174억여원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징역 5년과 특가법 조항에 따라 탈세액의 5배에 달하는 87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 구형대로 양형이 결정됐다면 박씨의 노역 일당은 최소 8000만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씨의 변호인 측은 “일본으로 도망간 주범은 놓치고, 심부름꾼에 불과한 속칭, 바지사장만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며 벌금을 납부할 경제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 양형을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조세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어서 죄질이 좋지 않은 점, 금액이 1740억원을 초과하는 점 등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주범에게 명의를 대여해 일부 수수료를 받은 점, 벌금을 내기 어려운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노역장유치 가능성이 큰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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