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아마비 박멸위한 큰 사명… 이제부터 시작”

“세계 소아마비 박멸위한 큰 사명… 이제부터 시작”

평범한 클럽회원서 지구총재까지 역임… 7월부터 전국 4명뿐인 코디네이터로 활약 "박애와 봉사의 세계화에 감동받은 美연수, 나를 영원한 로타리안으로 만들었던 순간이었죠"

  • 승인 2014-05-29 14:08
  • 신문게재 2014-05-30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피플]김호택 국제로타리 코디네이터(연세소아과병원장)

직업은 소아과병원 원장이고 부친이 설립한 제약회사의 부회장이지만 오랜 기간 문화원장을 역임할 정도로 문화 마인드가 상당히 깊고 넓다. 자연 사랑, 환경사랑, 고향사랑이 뜨거워 환경단체 대표도 맡아 활동했다. 거기다 명쾌한 논조와 수려한 필체로 본보를 비롯한 각종 매스컴에 줄곧 해박한 지식과 지혜와 연륜이 묻어나는 시사비평 칼럼을 쓰면서 필력을 뽐내기도 했다. 여기에 아버지의 대를 이어 로타리에 가입, 로타리안들의 최고봉인 지구 총재까지 역임하면서 이제는 로타리 코디네이터로서 전세계에서 소아마비를 박멸시키는 일을 진두지휘하는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됐다. 바로 김호택<사진> 전 로타리 총재를 지칭하는 말이다. 국제로타리 3680지구 2009~2010 총재를 역임하고 이제는 로타리 코디네이터가 되어 후배 로타리안들을 교육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삼남제약주식회사 부회장)은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제36년차 지구대회가 열렸던 지난 9일 유성호텔에서 워크숍 특강 주제발표를 통해 후배 로타리안들에게 로타리의 사명과 보람을 감동적으로 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후배 로타리언들의 귀감이 됐다.

지난 금요일 오전 금산의 연세소아과병원을 찾아가 김호택 총재를 만나 전날 둔산로타리클럽 창립 20주년때 만나 들었던 출생에서 학창시절, 의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에 이어 로타리 총재로서의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세상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58년 생애를 뒤돌아보며 들려준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지면에 담아본다. <편집자 주>

▲삼남제약 앞마당에 세워진 부친 김순기 삼남제약 회장의 동상 앞에서 아들 김호택 원장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삼남제약 앞마당에 세워진 부친 김순기 삼남제약 회장의 동상 앞에서 아들 김호택 원장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탄생-딸만 넷 있던 김순기 삼남제약 회장의 큰아들=그는 1956년 금산군 금산읍 삼남약국 뒷방에서 4녀2남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금산군내 하나뿐인 약국인 삼남약국을 경영하던 김순기 삼남제약 회장(95)의 맏아들로 태어나던 날이 바로 금산장날이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수백명이 약을 사러 삼남약국에 몰려왔는데 마침 장날에 그가 태어나자 딸만 넷이던 삼남약국에서 드디어 아들이 태어났다고 온 동네가 들썩거릴 정도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고 한다.

▲금산에서 유일한 약국이었던 삼남약국과 삼남제약=일본 유학 후 서울 영등포에서 일본의 3대 제약회사중 한 곳인 조선산교 실험실에 근무하면서 약 조제법을 배운 그의 아버지 김순기 회장은 6ㆍ25때 고향인 금산에 낙향해 1951년 삼남약국을 설립했다. 90여 평생을 제약과 인삼연구와 함께 한 아버지는 뒷마당에 서까래를 놓고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원료를 사다가 위장약 '게루삼'을 만들었다. 게루삼이 불티나게 잘 팔린 덕분에 삼남약국 자리에 생약 제조 공장인 삼남제약이 들어서게 된다. 벌레한테 물리면 바르는 살색약인 '카라드라민'을 처음 만든 이도 바로 그의 아버지다. 또 연세드신 분들은 모두 기억하는 두통약 '명랑'도 그의 아버지가 삼남제약에서 생산해낸 약이다. 63년 역사를 지닌 삼남제약에서는 현재 180여종의 약을 생산해내고 있다.

삼남제약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약은 바로 '마그밀'이다. 위산 과다, 숙변제거, 근본적인 변비 치료에 쓰이고 있는 마그밀 정은 위에 자극을 주지 않는 제산 작용과 장에 부드럽게 작용하는 완하 작용, 가벼운 소염 작용으로 위산과다와 위염, 소화성궤양 증상을 개선해주는 약제로 인기를 끌면서 위장병 환자와 변비환자, 다이어트하는 여성들에게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필수약제로 자리잡았다.

이제 5년여간 고생 끝에 생산시설설비를 새로 갖추고 재도약을 시작해 안정기에 접어든 삼남제약의 가장 주력 제품은 마그밀과 유사하면서도 좀더 안정되고 부드러운 마그밀 소프트(마그밀-S)다. 의료보험에 등재되면 9월부터 시판에 들어간다. 기존의 마그밀보다 성능도 좋아지고 가격도 높아진다.

삼남제약은 소아과병원 원장이 운영하는 제약회사답게 아이들의 면역 기능 저하와 감염질환 치료를 위한 식욕증진, 성장촉진을 위해 '올-스타 캡(All-STAR CAP'이라는 식욕증진, 성장촉진제도 생산해내고 있다.

삼남제약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약의 원료를 수입하지 않고 원료의약품으로 약을 만든 첫번째 회사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신제품을 1년에 2개 정도 출시하는데 제약업계가 레드오션분야라서 새로운 약을 개발해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김호택 원장은 삼남제약의 실질적인 경영인이지만 회사의 자금 흐름과 신제품 개발에만 신경을 쏟고 있고, 나머지는 다 믿고 맡기는 가운데 안정적인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다섯살때 서울로 유학, 경기고와 연대 세브란스 졸업 후 소아과 의사로 다시 고향에 유턴, 아버지의 대를 이은 로타리 활동=딸 넷에 이어 서대산에서 치성 드리고 낳은 귀한 아들이었던 그는 그의 표현대로 하면 '통제 안되는 망나니'였지만 어려서 일찍 한글을 깨우칠 정도로 영특했다. 귀하게 얻은 자식이 똑똑하기까지 하자 그의 부모는 그를 서울로 유학가 있는 누나들에게 보내 외할머니의 뒷바라지속에 삼천동의 서울사대부속국민학교를 다니게 됐다. 어릴때부터 어머니로부터 '호택이 너는 머리가 좋고 손이 따뜻해서 의사가 되는게 좋겠다'는 세뇌교육을 받은 그는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와 광성중, 경기고 졸업 후 어머니의 바람대로 의대에 진학한다. 세브란스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때 아내를 만나 결혼 후 서울 강서병원 소아과 과장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의사 김호택 원장은 그러나 어머니가 67세 이른 연세에 암으로 돌아가신 후 홀로 남으신 아버지의 강력한 호출로 1991년 금산 고향으로 유턴할 수밖에 없었다.

95세 연세에도 정정하시고 운전도 손수 하시는 아버지 김순기 회장은 금산 인삼을 국내에서 최초로 체계적으로 연구해 국내외에서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한 뛰어난 학자이자 삼남제약을 설립해 63년째 꾸준히 성장시켜온 성공한 기업인이다. 김순기 회장은 또 새서울로타리클럽 회장으로서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면서 '문화유산으로서의 금산곡삼', '김순기, 동경일기와 그후 65년간', '소사봉 아래 작은 숨소리', '봉황천원쇄사록' 등 4권의 책을 낸 금산의 가장 존경받는 원로이자 김호택 원장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금산이라는 동네에서 인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신 처음이자 마지막 학자십니다. 아버지는 제약시설에서 연구하실때 일본 대학과 공동연구를 하면서 금산 인삼이 1500년 역사를 지녔다는 것을 국회도서관에서 찾아내 제시하셨고, 인삼을 학문적으로 최초로 연구하신 분이기도 하죠.”

아버지의 권유로 금산에 낙향해 91년 연세소아과병원을 개업한 그는 금산군내 유일한 약국을 경영하셨던 부모님처럼 그 역시 개원하던 91년 당시엔 금산군내 유일한 소아과병원 원장으로서 금산의 거의 모든 아이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쁜 의사 생활을 했다.

학문연구자로서뿐만 아니라 사업가로도 뛰어난 수완을 보인 아버지 김순기 회장은 서울에서 사업할 당시에도 새서울로타리클럽 회장을 맡고 있었다. 개원 이듬해 김 원장은 아버지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로타리에 입회하게 된다. 그는 국제로타리 3680 지구내 최우수클럽이었던 금산로타리클럽에 가입해 2년 연속 클럽 회장을 거쳐 금산로타리클럽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 역대 총재들의 두터운 신임속에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로 추대됐고, 지금은 국제로타리 코디네이터로 뽑혀 세계를 누비며 소아마비 박멸을 위한 일에 헌신하게 됐다.

김 원장은 “예전에 차기 총재로 지명받고 난 뒤 로타리 국제본부가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 어셈블리 연수에서 받은 감동이 저를 영원한 로타리안으로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로타리의 봉사와 박애정신, 봉사의 세계화,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깊이 인식하게 되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부자지간 로타리언이 됐다.

김 원장은 오는 7월부터 전국에 네명뿐인 로타리 코디네이터로서 로타리 회원 증강을 위해 노력하는 로타리 전도사 역할뿐만 아니라 소아마비 박멸 사업 진행을 위해 전국 로타리언들을 상대로 1년에 대여섯차례 이상 강연활동도 하게 될 전망이다.

김 원장은 “세상에서 제일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이 바로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사 빌 게이츠인데 빌 게이츠는 보람된 곳에 기부하는 철학이 있어 로타리와 함께 소아마비 박멸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금산문화원장 시절=전국의 모든 기관이 벤치마킹하러 온다는 금산 제1의 자랑이 바로 다락원이다. 다락원내에 13개 기관이 입주해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금산문화원이다. 문화원장 시절 '삶 꽃, 문화의 풍류마당'을 통해 금산문화를 활짝 꽃피운 김 원장은 '금산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를 맡아 금산의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을 지키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문화원장 시절 익힌 사물놀이는 차기총재로 지명받은 후 미국 샌디에이고 어셈블리 연수때 세계 각국 총재들이 모인 자리의 마지막 날 각자 나라의 공연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최고 인기를 얻기도 했다.

▲앞으로의 꿈=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행복을 소중히 간직하고 아름답게 가꿀줄 아는 그는 늘 겸손하면서도 바르고 곧다. 천성이 착하고 선하고 성실해서 친구도 많고, 삶에 대한 태도도 늘 긍정적이고 밝다. 그러다보니 늘 해맑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던가. 늘 활짝 웃는 얼굴의 그에게 인생은 행운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김 원장의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김호택 원장은 지금 우리 나이로 59세니 내후년이면 환갑을 맞는다. 2016년 9월7일 이 날은 로타리 총재 시절 취임사와 삼남제약 회장인 아버지, 중부대 교수인 아내, 그의 뒤를 이어 연대 세브란스에서 소아과 의사로 있는 큰 딸, 변호사인 둘째딸, 연대 세브란스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막내 아들의 이야기가 담긴 가족사를 합해 회갑기념집을 낼까 생각중이다. 아니면 훌륭한 가수를 초청해 그 분의 콘서트를 열고 둘이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김 원장은 “70까지는 열심히 일하고 그 다음 일은 그때 가서 구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한 친구 탁석산이 말하는 김호택=김호택 원장의 오랜 지기인 철학자 탁석산은 김호택 원장의 책 '생명, 그 황홀한 떨림' 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수도자는 명예나 부, 허영과 같은 헛된 세상 욕심을 버리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자세, 인생 뭐 있나, 마음 편하고 남들에게 욕먹지 않고 재미있게 살면 그만이지. 감투를 쓰고 출세를 한다해도 그것이 무슨 대수냐. 이런 자세를 말하는데 김호택이 바로 속세에 있는 수도자다. 호택이는 세상의 한복판에 있지만 티가 안난다.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사장이라고 내세우지도 않는다. 매우 검소하다. 돈이 있어도 돈이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세상의 한복판에서 돈을 비롯한 수많은 세속적인 것과 씨름을 하고 있지만 물들지 않는다. 근본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맑아지고 있다. 세상의 한복판에서 많은 일을 하면서도 근본을 잃지 않고 묵묵히 수도하는 김호택이 나는 좋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고 있기에 더욱 좋다. 이제 인생의 반을 살았을 뿐이니 후반은 더욱 빛이 날 것이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김호택 원장은…
1956년 금산 생으로 소위 U턴족이다. 충청도 산골 금산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교육열 높았던 부모 덕에 서울에서 30년을 공부하면서 경기고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 강서병원에서 3년간 봉직한 뒤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고향 금산으로 돌아와 91년 연세소아과병원을 개업,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부친 김순기 삼남제약 회장이 설립한 63년 전통의 삼남제약을 이어받아 15년째 경영하면서 금산 기적의 도서관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금산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장과 금산역사문화연구소 소장, 금산문화원장을 지냈다. 2009년 7월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로 취임 후 코디네이터가 된 지금까지 왕성한 로타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내 양현미 중부대 교수와 의사 딸, 변호사 딸, 의사 아들 등 2남1녀를 두고 있어 부모님 복에 이어 아내와 자식복도 많은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성실하고 착한 성품에 늘 밝고 따뜻하고 소탈해 주위에 친구가 많다. 지역 언론 오피니언 리더로서 빼어난 촌철살인의 칼럼을 선보이면서 타고난 필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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