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백주 건양대 예방의학과 교수 |
대전의료원은 지방의료원으로서 일반적으로 다른 광역지자체에는 보통 한 개 이상씩 보유하고 있는 시도립병원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정책을 시행하는 토대가 된다. 서민들을 위해 본인부담 진료비가 낮고,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무상진료, 보건소 등과 연계한 질병예방사업 같은 공공의료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중요한 보건의료안전망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와 연이은 고양시 터미널 화재 등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망 기능이 미흡한 측면이 많았는데 그동안 지방의료원도 충분한 보건의료안전망 기능을 하기에는 투자가 부족했었다. 재작년에 있었던 경남의 진주의료원 폐업 사건만 놓고 보더라도 경남도민의 보건의료안전망을 중심에 두고 기능의 변화를 논하기 보다는 지방의료원의 적자를 중심으로 폐업을 논한 것도 그러한 보건의료안전망을 소홀히 다루는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경제개발선진국의 공공병원 비중이 30~80%에 이르는 가운데 한국의 공공병원 비중이 10%도 안되는 현실의 심각성이 고려되고 과부담의료비로 인한 가계부담이 커져 송파구 세모녀 사건 같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사건의 압박 등으로 중앙정부부터 공공병원 강화를 통한 공공의료 확충 노력이 힘을 얻고 있다.
대전시도 이러한 민심을 반영하여 급기야는 지난해 대전시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라는 정부산하 연구기관에 객관적인 용역을 맡겨 대전시에 300~500병상의 시립종합병원이 필요한 것으로 결과가 나왔으며 그 와중에 27만명에 이르는 대전시민이 서명을 해서 대전의료원 설립을 촉구한 대전시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한 여론의 요구 때문에 지금 대전시장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자 4명은 모두 어떻게든 대전의료원이 필요하고 당연하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지을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에 관한 공약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후보마다 각각 달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박성효 후보를 제외한 3명의 후보는 당선되자마자 바로 준비해서 임기내에 대전의료원을 착공 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박성효 후보는 재정여건을 고려해 신규설립이 좋은지 기존 병원 인수가 좋은지 등을 신중하게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큰 방향에서 뜻이 같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토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전시민이 대전의료원 설립을 오래 기다렸던 점, 최근 의료기관의 경쟁 증가와 경제 어려움 등으로 서민들의 가계비 가운데 의료비 본인 부담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예방중심 보건의료정책이 시급한 점, 대전시의 원도심 활성화 문제의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전의료원 설립이라는 해묵은 과제 해결에 네 명의 후보가 보다 선명한 입장을 보여 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는 다름 아니라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도와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전시장에 입후보한 각 후보들은 고비만 넘겨 선거에 당선되자는 근시안적 약속이 아니라 대전시의 의료안전망, 공공의료 설계를 크고 체계적으로 해 앞을 내다보는 대전의료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대전시가 한국 공공의료의 선두주자가 되도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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