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국 건양대 창의융합대학 교수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에 발표한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EAG)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이상 교육 이수율은 OECD 국가 중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매우 높다. 이것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높은 만큼 우리의 삶의 질도 높은가? 아쉽게도 아니다. 2010~2012년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에서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삶의 만족도는 이때 조사한 34개국 중 28위이고, 행복도 역시 34개국 중 20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데, 경제발전 정도를 감안하면 한국인의 '행복 지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페루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삶의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그 한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매우 높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9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든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청소년 및 노인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2010년 목숨을 잃은 15~19세 청소년의 31.9%가 자살이며,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들 중 35.1%가 학업성적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2011년 기준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201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80.3명으로 OECD국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이는 일본, 스웨덴, 프랑스 등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수치로, 그 주된 이유는 건강문제가 가장 높고, 경제적 어려움이 그 뒤를 따른다.
이에 대해 일부 시에서는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자살률을 낮추고 있으나, 어쨌든 우리나라 인구의 전 연령대에서 삶의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사회의 건전성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일까?
우선 이에는 여러 가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사회적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초·중·고에서 학생들의 개성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대학 입시제도의 영향하에서 학생들이나 학교가 자유로울 수 없으며, 대학들이학생의 적성에 따른 선발 방식의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성적이 그 결과를 판가름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학생들은 취업난을 뚫기위해 나름대로의 스펙을 쌓아야 하고 취업 공부를 하는 등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취업을 하더라도 많은 학생들은 비정규직에서 불안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각박한 현실 속에서 공동체 의식은 희박해지고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인주의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지금 전국의 대학과 고등학교가 서열화되어 있으며, 수도권과 지방이 나뉘어지고 또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그 순위를 매기고 있다. 경쟁만 있고 공존하고자 하는 의식은 희박하다. 흔히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고 나만을 소중히 여기도록 습관화되어온 것이 그 한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교육이, 특히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을 던져본다. '세계제일주의'만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 주고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인가? 발전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삶의 질을 어느 정도 높이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일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미풍양속 중에는 공동체 생활을 일상화해온 전통이 있다. 우리 사회가 양심에 따르고, 기본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 그것은 교육으로써만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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