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는 주로 남성들의 머리를 짧게 깎았고, 미용실에서는 여성들의 긴 머리를 단장하였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남성들의 머리가 길어지면서 짧게 깎기보다는 긴 머리를 다듬게 되면서 남성들의 미용실 출입이 잦아지게 되었다. 그 뒤로 처음에는 미용실 드나들기를 꺼리던 남성들조차도 자연스럽게 미용실을 출입하게 되었다. 이용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이발소는 남성이, 미용실은 여성으로 엄격히 구분되었었다. 그러나 지금의 미용실은 남녀구분이 없어졌고, 미용실 이름도 여러 가지 브랜드 명칭으로 쓰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이발소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발소는 요즈음의 카페와 같은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우선 이발소에는 뒤로 젖혀지는 신기한 의자가 있었다. 손님이 없을 때는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워서 책이나 신문을 읽거나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머리를 깎을 때도 요즘처럼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한 손은 머리를 잡고 한 손으로는 손잡이가 달린 머리 깎는 기계를 잡고 머리를 깎았다. 요즈음의 전동기계는 모터 소리만 들리지만 손잡이 기계는 사각사각 머리 깎는 소리가 정겹기만 하였다.
면도를 할 때도 거품을 내는 비눗갑과 동그랗게 생긴 솔이 있어서 둥글고 부드러운 솔에 비누 거품을 묻혀서 면도를 하곤 하였다. 면도칼도 칼집이 있는 예리하고 기다란 칼을 넓적한 가죽 끈에 문질러서 날을 세운 뒤 면도를 하곤 하였다. 때로는 섬뜩하기도 했지만 면도를 하고 나면 개운하였다.
머리를 감을 때도 지금처럼 샤워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모습으로 생긴 머리 감기용 작은 조루가 있었다. 조루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목을 간지리곤 하였다. 머리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멋지게 하려는 손님들은 이발사 아저씨와 요리조리 지적하면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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