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대상 업체의 61.7%가 여전히 불만이라면 단적으로 동반성장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결과다. 원가비용 등 각종 경비 부담이 늘었음에도 납품단가의 인상폭은 극히 미미했다. 근본적으로 바로잡겠다며 벼르던 핵심 사안인 데 비해 효과는 미흡하다. 중소기업이 산업계의 허리라는 기본 인식조차 없는 듯하다.
지역 중소제조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는 매출 감소, 원자재가격 상승과 더불어 자금 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겨우 연명할 수준의 납품단가를 받는 하부 영세업체일수록 경영성과가 개선될 리 없다. 과도한 가격경쟁, 원자재 가격 부분 반영 등의 애로도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에는 편법 아닌 편법도 동원된다. 예를 들어 장기간 납품단가를 인상해주지 않아도 단가 후려치기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 원가비용 9% 인상과 대비해 납품단가는 0.8% 상승해 변동이 극히 소폭인 것이 바로 이 경우다. 각종 추가비용을 납품업체에 요구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도 근절해야 한다. 제도 확립이 시급하다.
중소기업은 지역 서민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면서 지방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엔 한계가 있다. 충남의 경우만 해도 대기업 90% 이상은 본사가 수도권에 있어 접근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 정부가 부당단가 근절 의지부터 다시 챙겨봐야 할 듯하다. 부당 단가인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의 요인이다. 고발권 확대를 통해서라도 갑을관계에 비유되는 기업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방치하면 중소업체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소득 양극화와 일자리 창출 부진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중소 제조업이 무너지면 지역경제, 서민경제에 큰 타격이 온다. 내수 부진, 환율 변동과 달리 납품단가 하락은 대기업에 상생 의지만 있으면 시정될 수 있다. 제값 주는 거래 관행을 정착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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