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급속한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기본이 바로 서지 않은 사회적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사 후,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총체적 난국' 속에 올 초부터 조심스레 전망되던 '경기회복' 소식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참사로 한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경제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사고에 따른 직접적인 인명·재산 피해는 물론, 구조 및 선체 인양에 소요되는 수습비용, 그리고 세월호 관련 회사의 퇴출 및 대출에 관한 금융손실 등 직접 비용만 해도 최소 2조~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인한 GDP성장률 하락과 국가 브랜드가치의 손실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최소한의 안전문제조차 소홀히 하다가 결국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더욱 안 좋은 소식은 내수침체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후유증에서 그치지 않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더해 참사와 내수침체라는 경제적 손실을 수습하기도 전에,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변수로 작용하며,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율의 변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인 1020원대까지 하락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1,045원이었고, 기업들이 생각하는 적정 환율은 이보다 더 높은 1073원으로 조사됐다. 지금 5월의 평균 환율인 1024원과는 상당한 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원화강세 현상은 수출·입 업체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입물가 하락을 가져와 국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수출기업에는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가격경쟁력을 저해하는 어려움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환율 변동이 매우 단기간에 급격히 이뤄졌다는 점이다. 때문에 기업들이 원가 절감과 수출가격 인상 등 원화 절상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여기에 100엔당 1000원대가 붕괴된 이른바 '엔저현상'까지 겹치며,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우리나라 주요 산업들의 가격경쟁력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우울증에 약이 필요하듯이, 위축된 경기를 이겨내려면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 외식업, 도소매, 여행, 운수업 등 체감경기에 밀접하게 연관된 업종은 물론, 생업이 중단된 피해지역의 인근 어민들에게도 보상금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원화강세, 엔저, 대기업 실적악화 등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책 마련과 기업인들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자구 노력이 매우 절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번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안전 경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지난 20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 5단체가 안전경영 선포, 안전시설 긴급 점검,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과 전문가 양성 등 산업 현장의 안전을 위한 '세이프티 코리아(Safety Korea)'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처럼 상공업계를 비롯해 운송업, 관광업 그리고 학교와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움직임이 확대된다면 우리나라의 '안전인프라' 구축을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좌절하는 대신, 고난을 극복해 빛을 향해 나아갔던 헬렌 켈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의 극복으로도 가득하다.' 세월호 참사로 뼈저리게 느꼈던 사회적 병폐와 부조리를 척결하는 등 사회적 안정과 더불어, 경제적 안정을 위한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고난 극복에 진정으로 필요한 우리들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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