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훈 대전마케팅공사 사장 |
무역과 물류라는 이점 때문에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는 많이 있지만, 100만 이상의 거대도시가 강과 호수를 동시에 끼고 있는 도시는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에도 흔치 않다.
인류 4대 문명이 모두 강을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우리 금강 역시 대전이 지금과 같은 대도시로 성장하는 원천이 되었으며 실제로 금강에는 대전충청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흐르고 있다. 가깝게 행복도시 세종시의 입지 역시 금강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전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하늘의 계시를 받기 위해 기도를 올린 적이 있었는데 아무런 계시도 받지 못하다가, 전북 장수군 신무산에서 봉황이 무지개를 타고 오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봉황이 날아 오른 곳을 보니 샘이 하나 있었고, 그곳이 '봉황이 뜬 곳', 즉 '뜬봉샘'이다. 바로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의 출발이다. 뜬봉샘에서 시작한 금강 줄기에 국내 3번째 규모의 인공호수인 대청호가 만들어진지 30년이 넘었다. 과거 대전의 치수시설, 식수공급처, 농공용수의 공급원 정도로만 인식되던 대청호가 이제 대전만이 갖고 있는 귀중한 관광자원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이곳에는 40~50대 장년층의 학창시절 소풍장소였던 대청댐 입구 광장과 물문화관, 오백리길 홍보관부터 시작해서, 선사유적으로는 10만년 이전부터 구석기인들이 살았던 용호동 유적지가 있다. 역사자원으로는 삼정동 민평기 가옥과 제월당 송규렴의 취백정, 자연자원으로는 여러 습지공원과 사계절 풍부한 자연생태가 있다. 그밖에 대청호를 이웃하는 청원, 보은 등의 도시까지 합한다면 관광자원은 수없이 많아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더구나, 전국의 수많은 올레길들은 대부분 산이나 바닷가 길이 주종을 이루는데 비해, 호수를 배경으로 한 길은 대청호 오백리길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대청호 오백리길 일대를 정비하고 코스를 개발한다면 더없이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관광자원으로 가꿀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대전마케팅공사는 대청호 오백리길의 성공열쇠를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환경과 콘텐츠가 그 골자다. 쾌적하고 안전한 길 조성, 환경과 생태보존 등 하드웨어적인 환경부문이 하나요, 체험프로그램 개발과 스토리텔링, 이벤트 등 콘텐츠 부문이 또 하나다. 환경은 안전문제라든가, 수질, 주변생태 등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핵심이고, 가장 중차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콘텐츠는 좀 더 고민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지난 가을 우리 공사에서는 가을 체육대회의 일환으로 대청호반 걷기대회를 실시한 바 있다. 새삼스럽게 그 절경에 감탄하며 농촌체험마을인 찬샘마을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대청호의 무한한 잠재력을 느꼈다. 대청호 주변의 폐교를 활용하여 자전거 여행객들이 묵는 바이크텔로 조성한다든가 자연생태 학습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치유의 다리를 놓거나, 케이블카를 설치해도 좋은 관광명소로 개발할 수 있으리라 본다.
록 페스티벌을 대청호로 옮겨 '대청호 록 페스티벌'을 개최함으로써 젊은이들이 며칠씩 야영하며 체류형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행여 개발이 환경보존에 어긋나고 식수원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대청호 지역은 대부분이 상수원 보호구역이고 그린벨트 지역이다. 법적 제약이 많다는 뜻이다. 수많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이 잘 보존되면서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것을 보면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개발은 법과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도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대청호와 금강 주변에는 세종시를 비롯해서 곧 출범하는 통합 청원·청주시 등 많은 시군이 있다. 대전시는 이미 여러 지자체와 함께 의료관광사업의 일환인 K-팜 누리사업과 지역행복 생활권사업 등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와 제휴마케팅을 통하여 힘을 합한다면 대전이 메트로폴리탄의 중심이 되고 대청호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는 것도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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