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혜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
지난 3년동안 대전시립무용단을 이끌며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을 망라한 작품을 선보인 대전시립무용단 정은혜(56ㆍ사진) 예술감독이 자신의 퇴임 기념 공연을 갖는다. 정 감독은 대전시립무용단 제57회 정기공연인 '대전십무(大田十舞)'를 30, 31일 이틀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올린다. 자신의 50여년 춤 인생이 담겨있는 공연을 준비 중인 정 감독을 최근 시립무용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전십무는 1995년 충남대 무용학과 교수로 부임한 후 제2의 고향인 대전을 위해 제가 기여할 것을 찾다가 만든 춤이에요. 20여년만에 대전의 전통을 잘 살린 10가지 춤을 만들어 완성하게 돼 너무나 기쁘네요.”
퇴임 기념 공연은 정 감독이 그동안 집대성한 대전의 춤을 한자리에 풀어놓는 무대로 마련된다. 2011년 대한민국무용대상 '대통령상'과 2013년 한국비평가협회 '베스트작품상'을 수상하며 대전 무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온 정 감독은 재임기간 동안 대전을 소재로 한 10가지 춤을 새롭게 완성해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를 만들었다.
대전문화재 제28호인 수운교천단에 전해 내려오는 바라춤을 시작으로 우리의 뿌리를 형상화한 '본향(本鄕)', 박팽년의 절개를 춤으로 풀어낸 '취금헌무', 대전양반의 기질과 멋을 표현한 '대전양반춤', '갑천, 그리움', '한밭북춤', '계족산 판타지', '호연재를 그리다', '한밭규수춤', '유성학춤'등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무대로 새로 만들어 완성했다.
“모든 춤에 이야기가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춤은 인간의 몸으로 만들어가는 작품이기 때문에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습니다. 삶의 이야기가 몸짓에 묻어나야 감동을 줄 수 있죠. 우리 고장을 상징하는 설화와 종교, 산과 강, 남과 여, 과거와 미래, 위인과 여류시인의 춤으로 풍습과 설화, 그리고 인물과 환경의 풍광 속에서 얻은 소재로 대전의 뿌리부터 대전의 미래까지를 율동으로 표현했습니다.”
정 감독은 다섯 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당시 교직에 몸담고 있던 부친을 따라 전북 진안으로 이사했고, 진안성당에서 처음 춤을 만나게 됐다. 이후 대학시절 정신적 지주인 김백봉 선생과 인연을 맺게 된다. 김백봉 선생은 우리나라의 전설적인 무용가였던 최승희의 맥을 잇는 한국 무용계의 대모로 경희대 재학 시절 10여 년의 시간동안 가르침을 받으며 무용가로 성장하게 된다.
“김백봉 선생님은 제게 '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수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진정한 무용인은 맑고 깊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늘 강조했죠. 춤은 다른 예술과 다르게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 자체가 바로 예술이 되는 거죠. 그래서 춤을 추면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하셨습니다. 바로 마음의 거울인거죠. 춤은….(웃음)”
정 감독은 지난 2011년 부임해 3년간 대전시립무용단을 이끌며 대전시민들에게 한국무용의 아름다움과 향토성, 독창적인 실험정신을 살린 작품들을 선보였다. 정 감독은 2012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 국내 초청작으로 참여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3년간 시립무용단을 이끌면서 재미있게 보낸 것 같네요. 40여명 단원들을 통해 속도감 있게 작품을 만들면서 재미 있었어요. 민간에서 활동할 때는 한 작품을 만드는데 6개월에서 1년까지 오랜 공을 들였는데 여기 와서는 1년에 60회 가량 작업을 하면서 순발력있게 빨리 만드는 재미가 있었네요. 좀 더 공을 들여 깊게 작품을 만들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대전시립무용단을 사랑해주신 시민 여러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춤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지만 몸짓을 각자의 상상력과 해석력으로 감상하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요. 작품의 의미를 묻는 사람을 종종 만나는데 춤이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어서 보는 분들마다 다르게 봐도 틀린 것이 아니에요. 예술에는 정답이 없죠. 앞으로도 무용 많이 사랑해 주시고 민족의 얼과 정신이 담긴 우리 춤을 사랑해 주셔요.”
대전시립무용단 정은혜 예술감독은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을 모두 함유한 무용가이다. 전통무용부문에서는 인간문화재 고 김천흥 선생으로부터 처용무, 춘앵전, 무산향, 학춤 등 궁중정재를 사사해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이수자 경력을 지니고 있다.또 인간문화재 고 한영숙 선생에게 살풀이, 승무 등 민속무용 사사 경력, 고 이정범 선생에게 설장고, 농악기법 사사 경력, 인간문화재 이매방 선생에게 살풀이, 승무 등 민속무용을 사사해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 이수자 경력을 지니고 있다. 또 창작무용 부문에서는 원로무용가 김백봉 선생에게 20여년동안 부채춤, 산조, 화관무, 장고춤 등 신무용의 모든 것과 창작무용기법 사사 경력, 고 최현 선생에게 명작무 비상, 연가, 혼례풍속도, 시나위 춤 등 사사 경력을 갖고 있다.
한편 정 감독은 신화적 삶을 주제로 담은 격조있는 작품세계로 독창적이고 탁월한 안무능력을 인정받아 향토성과 독창적인 실험정신을 살린 작품 '미얄'로 2005년 국립무용단 객원초청 안무가로 선정됐다. 한국무용평론가협회로부터'특별상', 2005년 최고의 안무가로 인정받아 'PAF 올해의 안무가상'을 수상했고, 2006년 스프링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작품상'등을 수상했다. 그후 2011년 대한민국 무용대상에서 작품 '처용'으로 영예로운 '대통령상'수상, 2013년 한국비평가가협회에서 작품'계룡이 날아오르샤'로 '베스트 작품상'을 거머쥐며 한국의 정상급으로 인정받았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