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덕 '만화경' |
신중덕의 '만화경'이 궁극적으로 양자 모두를 아우르는 전일적(全一的)인 생성의 원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0여년에 걸친 그의 창작의 궤적을 주목해야 한다. 한 세대에 이르는 그의 회화적 탐구가 그려온 궤도와 흔적은 형식상의 변화를 하나로 이어주는 내적인 일관성을 담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비정형에 가까운 추상회화에서 일종의 '물질의 쇄도'와도 같은 무채색의 거친 마티에르를 강조하며 생명의 원초적인 힘을 탐구하던 작가는 2000년 전후 한층 경쾌하고 밝은 색조의 패턴을 반복-조합-중첩시켜 전체 화면을 뒤덮은 단색조의 전면화를 선보였다.
이후 그 위로 꽃이나 돌 혹은 사람의 형상을 출몰시키며 생명의 리듬을 탐구하는 작업에 이르렀다. 이 긴 여정 끝에 최근 도달한 것이 단단한 구조 위에 순간적인 현상이 흔들리는 '만화경'연작이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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