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의식변화 가장 중요… 기업·사회 제도적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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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의식변화 가장 중요… 기업·사회 제도적 뒷받침돼야

직장 생활·가사노동에 지쳐가는 여성들… 가정에서의 '역할 재분배' 필수 가족·학교·노동시장 문제의식 공유 중요… 대전시 나름 기준·소신 가져야

  • 승인 2014-05-20 14:13
  • 신문게재 2014-05-21 8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센터장 주혜진)가 5월21일 '부부의 날'을 기념해 지난 13일 오전 10시 30분 도룡동 북카페 고양이 낮잠에서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책제안 토론회-워킹맘도 아내가 필요해!?'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취업주부, 일명 '워킹맘'의 현실을 조명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워킹맘뿐만 아니라 남성 배우자, 정책전문가, 아동전문가, 가족지원기관 실무자, 정신과 전문의를 초청, '일하는 기혼 여성과 그 가족(맞벌이 부부)'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지방정부와 지역공동체가 할 수 있는 지원제도와 정책 제안 방안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혜진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장이 사회를 맡았고, 한성일 중도일보 부국장(맞벌이부부 여성), 유제춘 을지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정책센터장, 박영애 한남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이옥분 대전건강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 윤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맞벌이 부부 남성)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주>

▲ 주혜진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장
▲ 주혜진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장
▲ 한성일 중도일보 부국장
▲ 한성일 중도일보 부국장
▲ 유제춘 을지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유제춘 을지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홍승아 여성정책연 다문화정책센터장
▲ 홍승아 여성정책연 다문화정책센터장
▲ 박영애 한남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 박영애 한남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 이옥분 대전건강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
▲ 이옥분 대전건강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
▲ 윤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
▲ 윤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








-주 센터장:토론회에 참여하신 패널 여러분과 지면을 허락해주신 중보일보 측에 감사드린다. 대전시는 최근 가족친화적인 지역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과 정책 발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과 가족생활의 행복한 양립이 사실 가족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맞벌이하는 부부가 경험하는 어려움과 해결 방안, 그리고 이들을 도우면서 만들어 갈 수 있는 가족친화적인 지역공동체 문화 형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 부탁드린다.

-유 교수:젊은 20~30대의 부부들이 맞벌이를 하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홍 센터장:전체 맞벌이 부부는 약 43%정도 된다. 연령대로 보면 40~50대가 많고, 20~30대의 비율이 낮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은 'M커브'를 그린다. 그래서 전체 맞벌이는 43%인데 출산육아기에 있는 젊은 연령대가 적기 때문에, 맞벌이 연령대 구성은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유 교수:교사들처럼 육아 휴직을 받는다든가 임시로 일을 떠나있는 것 말고, 아예 그만두는 여성들은 얼마나 되는가?

-홍 센터장:이들을 경력단절여성이라고 부르는데,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여성들은 2012년 기준으로 417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전체 경제활동가능 인구 중 21%에 달한다. 그래서 M커브를 완화시키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될 것 같다. 노동시간은 줄이고 집에 들어와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가정안에서의 역할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박 교수:맞벌이 여성은 밖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집에선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데,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배경에서 워킹맘도 남성들처럼 아내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사회 남녀의 전반적인 인식차이를 보면, 맞벌이가 바람직하다는 인식도, 맞벌이를 해도 가사와 양육은 여자가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인식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

그러면서도 여성의 퇴사율이 높고 승진이 더딘 것은 여자가 직업의식이 부족하거나 책임의식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남성들이 마음을 열고 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주 센터장:대전건강가정지원센터 등 관련 지원 기관의 서비스는 요즘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 사무국장:대전건강가정지원센터는 주로 가족 전체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남성이 참여하는 교육, 이벤트적인 가족 프로그램을 주로 한다.

양성평등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보다는 남편의 자발적 참여내지는 의식변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남자들의 의식변화 만큼이나 굉장히 중요한 것은 기업의 변화나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이다. 가족친화환경조성법의 실행을 위해 기업이나 지역사회가 충분히 이를 인식해야 한다.

-주 센터장:양육이나 가족 돌봄 서비스의 질은 워킹맘, 맞벌이 부부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홍 센터장:그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육정책은 1991년부터 제일 많이 확대되어 온 정책이다. 그 결과 지난 20여년 동안 보육은 인프라와 재정이 많이 증가했다. 보육 인프라 외에 24시간 돌봄, 일시 돌봄, 돌봄 교실 등을 전국 초등학교에 늘리겠다고 하는데, 이런 현실은 확장에만 집중되어 있는 '어른의 관점'이며 '아동의 관점'이 빠져있는 것 같다. 무한 돌봄을 제공하기 이전에 보육과 함께 노동시장의 장시간 노동관행, 일·가정양립을 어렵게 하는 근로환경 등이 변해야 한다.

-박 교수:아동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부모가 직접 아이를 양육하는 것을 도와주는 정책과 제도가 가장 바람직하고 우선되어야 한다. 그 다음은 부모가 일터에서 아이를 맡기고 수시로 들여다보고 소통할 수 있는 직장탁아가 보장되어야 한다. 양질의 보육을 제공함으로써 생산성도 함께 높일 수 있는 직장탁아를 대폭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능동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유 교수:지금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것은 남성 대상 교육이다. 가사와 육아 같이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일방적인 아내의 일이 아니라 나도 같이 나눠야 할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남자아이들이 커서 가장이 되고 남편이 되었을 때 가정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여성인 엄마들이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남성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한 부국장:40~50대의 주부 중에서 직장생활을 계속 유지해온 저희나 선배들의 경우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란 남편들이 많다. 그래서 주로 육아나 가사 업무는 조부모의 희생·헌신·봉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점에서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 해주신 어머니의 희생에 대해 국가에서 뒷받침해 주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어릴 때부터 성평등을 가르치는 교육이 중요하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을 구별하지 말고 뭐든지 같이 할 수 있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물론 남성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만, 그것 외에 성에 대한 편견과 불평등 없이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교육이 중요하다. 그리고 직장으로 찾아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직장에서든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 센터장:세 가지 주체(가족, 학교, 노동시장)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주셨다. 개인에게만 변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3주체의 공동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가족구성원의 의식변화를 위해 제안하고 싶은 정책 사업이 있다면?

-이 사무국장:저희 센터에서 진행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는 예산지원과 이용자의 호응이 큰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 '아이돌봄' 사업에 대해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용자의 욕구와 편의를 위한 변화는 당연한 것이지만 예산절감 차원에서 고려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보육의 사각지대를 메꾼다는 기본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고 돌보는 사람들의 처우까지 생각하는 안정적인 시스템의 방향으로 변화·발전하길 바란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는 우리 시가 지방정부 나름의 확고한 기준과 소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홍 센터장:'초등학생용 아이 돌봄 서비스 개발'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아이 돌봄은 1:1 서비스지만 영·유아하고 다른 초등학생은 동네에서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모아서 돌보미 한명이 돌보고, 가르치는 '일 대 다' 형태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어떤가?

-박 교수:수요자 중심 정책은 늘 강조되어 왔지만, 너무 포괄적인 접근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이용자의 요구와 편의를 생각한다면 대상에 맞게 접근하는 2트랙형 접근을 제안한다. 무한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용자에게는 그에 맞는 지원을 하고, 사무직이나 전문직과 같은 중산층 맞벌이 부부에게는 그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내용과 형태의 서비스를 줄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윤 연구원:수혜자 중심의 정책과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에 대해서 잘 말씀하셨다. 물론 조부모나 가족이 돌봐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집에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꺼려진다. 그래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보육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미취학 아동을 위한 어린이집은 늦게까지 맡아주는데 비해 초등학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학년 취학아동을 맡아주는 기관이나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러한 취학아동을 위한 시설은 어린이집보다 더 부족하다. 우리 동네에 사설 공부방이 있지만, 이것은 제도화되어 있지 않고, 아는 사람들만 이용한다. 이런 시설들은 대부분 비공식적이라 제대로 관리가 되는지 알 수도 없다.

-박 교수:그래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입장에서 그런 형태는 학교수업의 연장처럼 느껴진다. 별도의 방과후보육 시설을 만들어주면 좋은데, 아이들이 이동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한다. 믿을만한 시설을 가까운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들을 계속 연구해야 한다.

-이 사무국장: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서 공부방을 시도해 봤다. 그런데 인력이 없어서 유지할 수가 없었다. 주민들이 동의한다면 아파트 단지에 작은 공간을 활용해서 학교보다 인근 거리에서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얻어서 아까 말씀하셨던 '초등학생 방과 후 학교' 같은 것을 시행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많은 기업에서 성희롱예방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가족과 관련된, 가정의 건강성이든, 부부문제든, 아버지 관련한 교육이든, 가족과 관련한 교육도 의무화해서 시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 부국장:요즘은 가족 해체가 심하고 이혼도 많다보니 부부가 이혼해서 아동양육시설에 버려지는 아이가 많다. 그런 아이들의 경우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다보니 사람에 대한 불신,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로 일탈행동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가족 해체를 막기 위한 부부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고, 결혼하기 전 예비부부 교육 프로그램도 절실하다.

-유 교수:한 아이가 잘 자라려면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그때 가장 중요한 환경이 부모이다.

그런 면에서 좋은 가정을 위해 다양한 치유와 접근이 필요하고,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과 시설 마련에 지방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주 센터장:마을 구성원이 함께 돌보는 틈새보육이나 돌봄, 가족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직장 내 아빠 교육, 가족구성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전문 인력과 시설 설치 등 좋은 제안들을 주셨다.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도 앞으로 여러 다양한 가족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서 정책 연구 개발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김의화 기자 joongdonews1951@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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