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농사는 다른 농사들과는 달리 많은 양을 거둘 수 없었다. 가뭄 때문에 흉년이 들면 쌀이 더욱 귀했다. 얼마 전 통일벼와 같이 쌀을 많이 거둘 수 있는 품종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항상 쌀이 부족하였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밥을 지을 때 한쪽 곁에 흰쌀밥을 해서 노인들을 봉양하거나 어린이들을 먹이곤 하였다. 흰 쌀밥은 생일이나 제사 때나 먹을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생일과 제삿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하였다. 곧 신께 바치는 음식이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쌀을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쌀을 아끼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모색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혼 분식을 하도록 권장하면서 식 생활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혼식이란 흰 쌀밥만을 먹을 것이 아니라 콩, 보리, 좁쌀, 수수, 고구마 등을 쌀과 함께 섞어 먹도록 하는 일이었다. 분식은 말 그대로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도록 하는 것이었다. 각 마을을 찾아다니거나 라디오, TV, 대한뉴스 등 여러 가지 매체들을 활용하여 혼 분식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쌀 이외의 여러 가지 곡식이나 야채, 밀가루 등을 활용하여 조리할 수 있는 음식과 조리기구 등을 개발하여 보급하기도 하였다.
학교에서는 혼, 분식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점심 도시락검사까지 하면서 지도하였다. 학생들에 대한 혼 분식 지도가 가정에까지 이어져서 혼 분식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다. 요즈음은 식생활의 많은 변화와 함께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된 음식이 흰 쌀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서 쌀이 흔해지고 남아돈다고 하니 격세지감 아닐 수 없다. 쌀 이외의 다른 곡식들의 다른 나라 의존도가 높아간다고 한다.
미래학자들은 머지않아 식량 확보가 전쟁을 방불케 할 것이라고도 한다. 세계자본이 농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소식도 있다. 쌀이 아무리 흔하다 해도 잘 지켜나아 가야 하겠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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