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는 지난 2011년 5월 16일 거점지구 확정 발표 이후에도 과학계를 비롯한 지역 정치계에서 '핫 이슈'가 되고 있다.
과학벨트 주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9일 완공시기를 오는 2021년으로 또 다시 연기하자 다음달 4일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로 '과학벨트'가 부각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실시된 중이온가속기 사업단의 평가가 저조한 점수를 받아 학계에서는 사업단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 건립 착공이 부처간 협의 지연으로 수개월간 늦춰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IBS 입주 예정지인 엑스포과학공원 내 에너지관은 국유재산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소유한 반면, 국립중앙과학관의 자기부상열차역사 외 일부 상가건물이 대전마케팅공사가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유권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IBS 사옥을 지을 수 있다.
▲수천억 예산 투입, 감독관리 강화돼야=IBS의 연간 예산은 2011년 74억3100만원, 2012년 1391억7700만원, 2013년 1942억1200만원, 2014년 2638억1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IBS 설립 이후 실시된 내부 감사에서는 '눈가리고 아웅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일반감사 실시결과, 3건만 지적돼 관련 지침 개정 완료 및 관련 업무교육 실시, 시스템 고도화 추진 등으로 처리했다.
2012년도 내부감사 실시결과도 15건의 지적 및 조치가 요구됐으나 '개선' 12건, '주의' 3건으로 '솜방망이 징계'로 그쳤다.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정경택 사무처장을 비롯해 김원기 경영지원본부장, 윤영완 총무시설팀장, 김왕근 중이온가속기 운영관리부장 등 주요 보직자에 이어 감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종용 상임감사와 이정기 감사부장도 교육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 '그들만의 감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IBS 정경택 처장은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감사가 진행 중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지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단 선정, 절차 개선 절실=지난해 9월 26일 'IBS연구단 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남원우 이화여대 교수는 “연구단장 선정과정에 학맥, 인맥, 지연 등이 작용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고 연구단장 선정의 절차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IBS가 연구단 선정 발표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울산과학기술대 조문제 총장은 지난 11일 모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추가로 유전체 보전 연구단이 선정, 모두 3개 IBS 연구단을 유치했다고 밝혀 공정성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대 서판길 부총장은 IBS 이사로 활동 중이다.
4개의 연구단을 유치해, 최다 캠퍼스 연구단을 운영 중인 포항공대(POSTECH·포스텍)의 경우, 페터 폴데 IBS 초대 연구단선정평가위원장이 석좌교수로 임용했다.
이로인해 과학기술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연구단 선정도 밀실형이 아닌 공개적으로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IBS 관계자는 “학계에서 지적한 대로 올해부터 선정위원회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치적 접근보다는 연구자가 주인돼야=이명박 전 대통령의 충청권 대선공약이었던 과학벨트는 세종시 수정안과 맞물려 관련 특별법이 2년동안 국회에 계류되는 등 '정치벨트'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특별법에 없었던 '연합 캠퍼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입지 선정 탈락지역인 대구·경북·울산의 'DUP연합캠퍼스'와 광주의 'GIST 캠퍼스'에 각각 예산이 배분돼, '지역 나눠먹기' 사업으로 전락된 후 이미 추동력이 상실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A대학 교수는 “초장기 계획에 없던 캠퍼스 개념의 도입 후, 과학벨트는 기초과학 육성이라는 목적은 뒤로 밀리고 지역 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정치적인 접근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에 대규모의 재원 투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이는 과학벨트 사업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차기 정권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2021년 완공계획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 과학벨트의 운명은 '풍전등화'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학계 한 인사는 “과학벨트가 기초과학연구 육성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정치적 셈범으로 진행되다보니 추동력을 잃고 잇는 것”이라며 “과학벨트 사업은 다음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과학벨트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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