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과다 설계” 대전시 예산낭비 지적

계백로 우회도로포장에 28억 낭비… 서구 벌곡길 확장공사는 6억 지적 국토부 지침 무시한 수십건 설계변경 감액조치

●감사원, 무더기 시정 조치

대전시가 국토교통부의 건설공사 설계요령이나 지침을 무시한 과다 설계로 감사원으로부터 수십건의 공사에 대해 무더기 시정 조치를 받았다.

감사원은 미발주 또는 계약체결 이전 사업, 시공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 모두 설계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시는 복지예산 급증에 따라 재정 형편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곳곳에서 예산이 낭비됐거나 우려되는 실정이다.

19일 감사원과 시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시가 수행한 업무에 대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6일까지 15일간 진행한 감사결과에서 계백로 우회도로 포장공사 및 방음벽 지주 간격 설계 부적정 등 수십건에 대해 설계변경 감액조치를 요구했다.

계백로 우회도로 포장공사는 국토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은 설계가 이뤄져 28억여 원의 예산 낭비 지적을 받았다.

시는 당초 국토부가 적용하는 도로포장 설계방법이 국내 환경 및 교통 특성과 차이가 있어 새로 개발한 설계지침을 따르도록 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설계를 진행한 것이다.

감사원은 아직 공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도로포장 공사 9건(21억여 원)은 변경된 설계로 계약을 체결하고,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15건(7억8000여 만원)에 대해서는 설계 변경을 통한 감액 조치를 통보했다.

계백로 우회도로 3공구의 방음벽 지주 설치 공사 역시 국토부 지침인 4m보다 적은 2m로 과다하게 설계, 미발주 1건과 미시공 3건 등에 대해 2억여원의 예산 낭비 지적을 받았다.

2010년 7월 이후 준공된 유등천 좌안도로와 계백로 우회도로 건설공사 1·3공구, 상서동 철도입체화 시설공사 등 5건은 방음벽 지주 과다 설치 및 기초 형식 미변경으로 시공돼 3억원 가량의 예산이 낭비됐다.

또 서구 벌곡길 확장공사 및 선형개량공사에서는 아스팔트 포장깨기가 과다하게 설계됐거나 시공돼 6억여 원의 예산낭비 지적과 함께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도 지적됐다.

시는 감사원 지적사항에 대해 조치에 따른 결과 보고를 할 계획이지만 사업시행부서에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혈세가 낭비되는 업무소홀 비난은 면키 어렵게 됐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아무리 복지예산이 급증했더라도 이같은 혈세가 새는 곳을 차단하면 더 많은 복지예산 배분 뿐 아니라 다른 사업도 추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철저하고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헛되게 사용되는 예산부터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