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석 대전시립예술단 공연사업지원국장 |
기본적으로 이번 사건은 사회적 통념의 상황을 넘어 섰다는 견지에서 충격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견해를 명쾌히 할 가치관이 무너졌다는 것이 더 크게 대두된다. 탐욕에 빠진 물신 최고주의에 빠진 의식의 세계에서 국민들이 서로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할 것이며, 어떠한 가치관의 설정 속에서 사회가 발전되어야 할지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명확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치관이 무너지면 공황에 빠진다. 따라서 지금 이 시대?이 땅의 삶에 대한 기본적 가치관 설정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의학생리학 부문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로저 스페리 박사는 ‘과학과 가치관의 우선순위’에서 “유사 이래 지구 전체의 상태가 몇 세기를 두고 존중되어 오는 전통적인 인본주의지침을 넘어서는 가치의 전망이 요구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이야기 한다. 스페리 박사의 가치구조 패러다임은 독특하다. 그는 모든 가치관의 체계에서 공통적인 기본분모로 되어 있는 유전적, 생물학적 가치는 중요시하지 않으며 그보다는 고차원적인 인지적, 이성적, 습득된 가치를 중요하게 다룬다. 즉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대처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은 정신과 두뇌의 융합에 의한 가치관의 창출이 요구된다고 선언한다.
정신과 두뇌의 융합에 의한 가치관의 창출은 심미안을 기르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심미안은 예술의 체험에서 만들어 진다. 물론 예술이 단순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 생산된다고 생각할 수 있고, 진리 또는 지식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또는 도덕적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예술론이든 인간의 도덕적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는 심미안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즉 예술적 활동이 우리의 심미안을 확정시키고, 이 심미안을 통해 우리 개인ㆍ사회ㆍ국가의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될 것이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될 것이며, 우리의 문화로 자리 매김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전을 다시 한 번 그려보자. 문화의 힘이 국가 경쟁력 및 도시의 수준을 가늠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오늘날 대전의 공연예술계의 활동성은 과거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공연예술계에서 보면 인구대비 공연예술 활동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주변에 관심만 가지면 부담 없이 향유할 수 있는 공연예술현장을 찾을 수 있다.
무릇 문화의 발전은 생산자만의 몫이 아니라 생산자와 수용자 ‘동시의 몫’이다. 따라서 수용자들의 노력 또한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마치 삶을 위한 필수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듯이 심미안을 키우기 위한 수용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대전시는 과학과 문화예술이 함께 발전하는 ‘살기 좋은 도시 대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는 다분히 경제적으로 풍요롭거나 편리한 도시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문화의 자긍심이 살아나고 그래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확립될 때 자각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행복 지수가 높은 도시가 될 것이다.
과학과 가치관의 우선순위에 대한 순차적 개념을 뛰어 넘어 지금 예술계와 시민 모두가 어떠한 사명감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숙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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