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핵심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011년 11월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를 배출해 기초과학 분야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거듭난다는 취지로 대전에 둥지를 틀었다.
IBS는 2017년까지 세계적 석학을 연구단장으로 선정하는 연구단 50개 구성을 목표로 현재 본원 4개를 비롯한 캠퍼스 12개, 외부 5개 등 모두 21개 연구단이 선정돼 운영 중이다. 선정된 연구단은 규모에 따라 연간 40억~100억원 안팎의 연구비를 통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계 연구비 독식 문제와 미래창조과학부(전 교육과학기술부) 관료 출신의 내부 주요 보직 장악, 현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목소리가 높다.
▲끊이지 않는 연구단 선정 논란=이일화 서울대 교수가 지난해 9월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BRIC) 사이트를 통해 IBS의 연구비 독점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수면위에 올랐다.
IBS는 이후 일부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연구현장에서는 연구단 선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IBS 일부 이사가 소속된 대학들의 연구단 유치 성과가 두드러진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이사회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중요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IBS 이사회는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서판길 울산과학기술대(UNIST) 연구부총장, 김성근 서울대 화학과 교수 등이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12월 연임한 서판길 이사는 기초과학연구원이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설치 운영해야하는 50개 연구단 가운데 10개를 배정받은 D(대구경북과학기술원)·U(울산과학대)·P(포항공대) 연합 소속이다.
또 울산과학기술대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달 연 100억원 연구비가 지원되는 IBS 연구단 2개(고분자화학 스티브 그래닉·다차원 탄소재료 로드니 루오프)를 각각 유치한 상태다. 울산과학기술대 조문제 총장은 지난 11일 모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추가로 유전체 보전 연구단이 선정, 모두 3개 IBS 연구단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서정돈 이사장 소속인 성균관대도 IBS 연구단 2개(응집 물리 이영희·생물물리 김성기)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관피아의 천국, IBS·중이온가속기사업단 인력구성 문제 '심각'=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IBS는 2011년 설립 이후 3년 동안 355명(무기계약직·비정규직 제외) 직원을 채용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 주요 보직자는 개원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 관료출신들로 채워진 상태다.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정경택 사무처장, 박종용 상임감사, 이정기 감사부장, 김원기 경영지원본부장, 윤영완 총무시설팀장, 김왕근 중이온가속기 운영관리부장 등이 미래창조과학부 출신이다. 즉, '관피아'인 셈이다.
허대녕 정책연구팀장, 박수동 지식확산팀, 박창호 중이온가속기 정보협력팀장 등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기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이동했다.
이밖에 원자력의학원 행정직 출신들도 김왕근 부장과의 인연으로 중이온가속기 주요 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 안팎에서는 과학벨트 핵심 사업을 이끌어나갈 IBS와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이 관피아로 채워져 '기초과학 분야 세계 10대 연구기관'이라는 비전을 달성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보수는 타 출연연구기관보다 높다는 점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IBS 사무처장과 상임감사 연봉은 1억5000만~1억6000만원으로 타 출연연구기관장 수준이거나 높다.
관련 한 연구자는 “과학벨트가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임에도 불구, 해당 부처 관료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해관계에만 치중, 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연구자가 중심이 되는 과학벨트가 되도록 조직의 쇄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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