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기본에 충실하며 다시 시작하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현중]기본에 충실하며 다시 시작하자

[월요아침]김현중 건양대 대우교수, 전 주일대사관 도쿄 총영사

  • 승인 2014-05-18 11:47
  • 신문게재 2014-05-19 16면
  • 김현중 건양대 대우교수김현중 건양대 대우교수
▲ 김현중 건양대 대우교수, 전 주일대사관 도쿄 총영사
▲ 김현중 건양대 대우교수, 전 주일대사관 도쿄 총영사
대전에서 논산으로 가는 통근버스에 올랐다. 기사님의 아침 목소리는 묵직했다. “안전벨트 매주세요” 세월호 사고이후 각 부문 단위에서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실천하는 사례의 하나일 것이다. 4차선의 국도 1호선은 시속 80㎞로 제한되나 고속도로 수준이다. 이제까지는 대개 고속버스에서만 안전벨트를 맸으나 “잘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론 스스로 안전을 점검하여 챙기고 만약 위해 요소가 있으면 바로 제기하여 고쳐나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내 언론들은 연일 '국가개조, 대통령부터…' '110t 실은 25t 트럭 시한폭탄이 전국을…' '서울시 노후 전동차 2022년까지' 등으로 이번 참사가 가져온 총체적 부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각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단체, 민간기업들도 매뉴얼도 만들고 혹시 안전에 허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바닥에 무너진 '외양간'이 확 뜯어 고쳐지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외국 언론들도 그간 한국의 경제가 안전을 소홀히 한 채 급성장해 왔다고 보도하고, 특히 정부와 관련업체간의 '자동 회전문 관행'이 깨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회전문(Revolving Door)가 더 이상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로 글로벌 시장에서 잘 나가는 삼성 스마트 폰과 현대차의 나라, 그리고 2년 전 국제경기가 어려울 때 K-Pop으로 세계를 들썩이며 흥을 돋아주었던 다이내믹 코리아의 이미지가 왠지 불안하고 믿음이 안가는 이상한 나라로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 4월 하순과 5월 초에 일본 오사카와 도쿄 그리고 중국의 베이징과 산서성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세월호 사고에 큰 관심을 보이며 침통한 심정을 전해왔다. 일본은 매뉴얼사회, 유니폼사회다. 유치원 시절부터 반복된 연습과 실천으로 안전의식이 몸에 뱄다. 도쿄에서는 유치원생들이 줄을 잡고 질서 있게 길을 따라 가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분야의 현장에서 작업 유니폼을 입는다. 프로로서의 책임의식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방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는 물론 신간선 승무원들도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도로공사 현장은 물론이고 도로변에서의 크고 작은 작업 시에도 안전요원을 배치하여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예전에는 회사 현장 등에서 유니폼을 많이 입었으나 개방 자율화로 지금은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우선 우리의 코레일은 일본과 비교하면 상당히 자율화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특히 교통, 운수 등 안전과 직결된 분야의 현장 등 종사자들의 책임의식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에서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크고 작은 사건, 사고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중국 체류 중에 한 신문은 한국의 선박사고 사례에서 학습하여 연안선박의 운항 점검 등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중국은 고속철의 승차권을 실명제로 팔고, 베이징의 지하철에는 짐 검색대를 설치하고 있으며, 현금자동지급기(ATM)의 번호판 위에는 덮개가 씌워져 있으며, 호텔 엘리베이터는 카드를 넣어야 작동되는 곳이 많다. 트럭의 뒷부분에는 직사각형으로 얼룩말 무늬 띠가 둘려있어 야간에 눈에 잘 띄도록 하여 추돌을 예방하는 것 같았다. 모두 안전을 위한 조치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사고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부실과 미비점이 잘 보완되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조직이 새로 출범하고, 제아무리 완벽한 안전 시스템을 갖추어 놓아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 무사안일, 기강 해이, 유착 부조리, 조작, 관피아 등이 되풀이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항상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기 위치에서 기본에 충실하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자세만이 재발을 막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1.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