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벚꽃이 만개하는 시절이면 서구 정림동에서는 정이 넘치는 주민화합잔치가 벌어진다. 주민건강을 위한 갑천 누리길 걷기대회와 먹거리 나눔바자회, 공연과 주민장기자랑, 불꽃놀이와 경품추첨까지 한 마을에서 펼쳐지는 축제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정림동 벚꽃축제는 지난 4월12일 70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대성황을 이룬 가운데 마을주민들의 애향심도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대규모 축제를 매년 헌신적으로 주최해오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배준심 정림사랑자생단체연합 회장(영진 삼중필름 대표ㆍ사진)이다. 바르게살기운동서구협의회 8대, 9대 회장을 맡는 동안에도 가장 반듯하게 열심히 헌신적으로 봉사했고, 대전라이온스클럽 45대 회장을 맡을 당시에도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에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열정적으로 앞장서온 배준심 회장은 지역 주민들에게 신망이 매우 두텁다.
늘 주민들을 섬기고 배려하면서 아낌없는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정림동의 터줏대감 배준심 회장을 만나 이타적인 삶의 주인공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배준심 회장은 “갑천변의 생태 공원 조성 사업이 끝나고 준설 작업을 마친 뒤부터 갑천변 걷기대회를 시작했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서 벚꽃축제로 승화시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주민자치위원회의때 회원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다들 흔쾌히 동의해줘서 가능한 일이었다”며 “자생단체들의 협조 없이는 안되는 일”이라고 고마워했다.
벚꽃축제에 힘을 모으는 정림동의 자생단체는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 자녀안심협의회, 방위협의회, 남성자율방범대, 여성자율방범대, 자원봉사회, 자유총연맹, 상가번영회, 본토박이 향우회, 새마을부녀회, 바르게살기운동정림동위원회, 정림종합사회복지관 등 대전에서 제일 많은 13개 단체에 이른다.
배 회장은 “지역 주민들이 저를 믿고, 따라주고, 같이 호흡해 주시는게 축제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제를 치르기 전 4개월여에 걸쳐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치는데 관객 입장에서 사전 점검을 하면서 13개 자생단체 임원들의 의견을 조율해 고쳐나간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축제를 진행하면서도 관람 관객 입장에서 무엇이 불편한 지 쉴틈 없이 체크하고 점검하느라 하루종일 식사할 시간도 없이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축제중에는 배 회장의 개인 사비로 고가의 생활 무전기를 9개나 구입해 5㎞ 반경내에서는 송수신이 자유롭도록 동사무소 직원과 자생단체 대표들에게 나눠주고 수시로 송수신하면서 빈틈없이 행사를 진행해 주위의 감탄을 자아냈다. 정림동 벚꽃축제는 도난 사고 방지와 교통질서 유지, 범죄 예방, 치안 상태 점검 등 완벽하고 꼼꼼한 준비를 하는 덕분에 참여 주민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고,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배준심 회장의 희생과 헌신과 섬기는 리더십이 빚어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축제가 바로 정림동 벚꽃축제이다.
배준심 회장은 “정림동 벚꽃축제와 주민건강 갑천누리길 걷기대회는 이제 2만여 주민이 살고 있는 정림동만의 축제가 아닌 서구 전 지역과 대전시의 대표적인 자생단체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며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시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주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해마다 봄이 오면 그의 사무실 겸 자택이 자리잡은 정림동 영진 삼중필름 빌딩 앞마당에는 그가 정성들여 심어놓은 분홍빛 꽃잔디와 영산홍이 화려하고 고운 자태를 뽐낸다. 그 빌딩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름다운 꽃잔디밭에 눈길이 팔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가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빌딩 앞마당 뿐만이 아니다. 빌딩 옥상 텃밭에도 꽃가꾸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대로 사시사철 온갖 종류의 꽃들이 피고 지면서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배준심 회장은 “꽃을 가꾸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돈을 버는 사업에서 성취감을 얻는 것보다 사람냄새 나는 사람들 틈에서 화목하게 잘 살아가는게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청년시절-코롤 팔라우의 추억=아버지가 돌아가실 당시 뒤늦게 사춘기가 시작된 그는 MBC 연예인 모집때 탤런트 시험 공고가 나자 오디션을 보고 2차 시험을 준비하던중 당시 대한통운 중역으로 있던 고모부의 부름을 받게 된다.
고모부는 그에게 국내에 있지 말고 외국 나가서 현지 주재원을 하라는 제안을 했다. 그는 속으로 '고모부는 속썩이고 철딱서니 없는 조카를 유배시키려고 작정했나보다'하고 생각했지만 70년대 당시는 외국여행이 흔치 않던 시절인지라 호기심이 일어 고모부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참치잡이 원양어선 회사인 신영어업에서 해외 현지 주재원 생활을 시작할 때가 그의 나이 스물셋. 필리핀에서 1년을 근무한 뒤 태평양 캐롤라인 제도의 섬나라인 코롤 팔라우에서 2년여간 현지 주재원 생활을 했다. 외국 원양어선을 타고 조업 나가는 이들에게 부식을 챙겨주고, 행정업무를 맡아 하면서 미지의 섬 코롤 팔라우만의 천혜의 자연미에 흠뻑 빠져 지내던 시절이었다. 이 때 그는 바다 낚시도 배우고, 스쿠버다이빙도 배우면서 인생중 가장 여유롭고 편안한 청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피혁업체 우림상사 설립-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부로=이후 국내에 들어온 배 회장은 서울 방산시장의 삼덕포장에서 납품업과 포장자재 일을 배운 뒤 '우림상사'라는 피혁봉제업체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배 회장이 업무 적응력이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된 그 계통의 인스펙터(검사자들) 추천으로 우림상사는 (주)선경의 지정공장으로 하청을 받게 됐다. 그 당시는 피혁붐이 일어났는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인건비가 높아지자 각 업체들이 싼 인건비를 찾아 베트남과 중국으로 진출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도 우리나라에 많이 밀입국했다. 특히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하면서 4만채의 집이 무너지고 6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당시 마닐라에서 불법체류자가 많이 입국했다. 인정 많고 자상한 성품의 배 회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려운 문제들을 같이 고민해주고 해결해주면서 이들에게 든든하고 믿음직한 대부로 통했다.
배 회장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공장에서 일하다가 본국으로 돌아가 결혼한 친구들중엔 지금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안부를 전하는 이들이 꽤 많다. 그중 리사라는 친구는 지금 필리핀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고, 노엘과 노니 형제는 미국 워싱턴에서 산다.
배 회장은 “나중에 은퇴하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그 때 그 친구들을 찾아보고 반가운 해후를 하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제2의 고향 대전으로-영진삼중필름 설립 후 안착=산업사회의 기류가 바뀌면서 잘 나가던 피혁공장도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자 배 회장은 큰 결단을 내린 끝에 우림상사를 폐업하고, 92년, 제2의 고향이 된 대전으로 오게 된다.
정림동에 둥지를 튼 그는 부동산 임대업과 농업용 필름을 제작하는 회사인 영진삼중필름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고객 확보가 쉽지 않았지만 타고난 친화력과 부지런함과 성실함의 대명사인 배 회장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발품을 팔아가며 농가마다 자주 찾아가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농사에 도움을 주자 이제는 농민들이 먼저 그를 찾게 됐다. 배 회장이 이끄는 영진삼중필름은 믿음과 신뢰와 정직과 성실과 친절함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인맥을 넓혀온 가운데 성장을 거듭하면서 안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논산, 금산, 대전, 충북을 중심으로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자 배 회장의 따뜻한 시선은 이제 정림동 주민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배준심 회장은 “외지에서 온 저를 신뢰해주고 정겹고 따뜻하게 맞아준 지역 주민들이 고마워서 이 분들을 위해 어떤 봉사활동을 할까 생각하다가 정림동 벚꽃축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림사랑자생단체연합회장으로서의 보람=배준심 회장은 “정림동에서 살아보니 지역 주민들이 착하고, 서로 협력하는 마음들이 많아서 외지인을 잘 믿어주고, 신뢰해주고, 잘 따라주신다”며 “동네 주민들이 너무나 다정하고 좋아서 평생 이 곳에서 살기로 결심하고 둥지를 틀었다”고 말했다.
정림사랑자생단체연합회장으로서 마을 주민들에 대한 배 회장의 애정은 깊고도 뜨거웠다.
“진실되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화를 나누면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가슴으로 다가가는 느낌을 받다보니 모두가 마음을 열고 신뢰하게 되더군요. 제가 무슨 의견을 내면 다들 잘 따라주시고 모든 주민들이 내 형제, 식구처럼 대해주십니다. 주민들이 믿어주고, 신뢰해주고, 배려해주시니 저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솔선수범하게 되더군요. 격주 토요일마다 산을 좋아하는 자생단체 회원 주민들과 동네 앞산을 함께 오르면서 마을 현안 문제도 논의하고, 친목도 나눕니다.”
그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이간질하는 사람, 편가름하는 사람, 자신의 이득만 취하는 사람”이라며 “모든 것을 순리에 맡기고 늘 겸손하게, 따뜻하게, 가슴으로 와닿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정림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4월 벚꽃축제와 더불어 매년 10월에는 어르신 위안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며 “동네 주민들이 힘을 합해 동네 공원 담장을 산뜻하게 도색하고, 말끔하고 청결하게 하천 정비를 하면서 서로가 하나되어 단결하니까 지역 상권도 더 활성화되고,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돕게 되면서 주민들끼리의 정도 더 돈독해지고 애향심도 깊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정림동 벚꽃축제가 조금 더 성숙해져서 자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더 안전하고, 더 내실있고, 더 활성화된 축제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배 회장은 “대전의 78개 동 가운데 제일 행복한 동네, 주민 화합이 제일 잘되는 동네, 평생 살고 싶은 제2의 고향 같은 동네인 우리 동네에서 뼈를 뭍는다는 생각으로 주민들과 함께 서로 믿고 따라주고 신뢰하고 보답하며 어우렁 더우렁 더불어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벚꽃축제 기간에 혹시라도 꽃이 안피면 모든 주민들이 다 걱정을 해주시는데요. 꽃이 안피면 어떤가요. 지역 주민들이 바로 꽃인걸요. 주민들의 사람꽃이 최고의 꽃이죠. 사랑으로 꽃을 피워 가슴으로 볼 수 있는 꽃이 더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마음속으로 걱정되고 좌절하는 순간이 있어도 꿋꿋하게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저를 믿고 따라주신 주민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는 “정림사랑자생단체연합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행사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즐거워해주시니 정말 기쁘고, 큰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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