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보강이나 개축을 하지 않으면 재난위험이 상존하는 D등급, E등급 교량이 방치된다면 이건 더 문제다. 조속히 철거하거나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할 정도의 구조적 결함은 아닌지 시급히 판단해야 할 교량들이다. 개보수나 재가설이 너무 늦은 것도 지적된다. D등급 지정되고 12년이 지나서야 재가설을 하게 되는 천안 길마재교가 그런 경우다.
주요 구조물인 교량의 안전점검, 특히 1종과 2종으로 지정된 교량이 아니면 안전점검을 강제하지 못하는 규정규정부터 재정비 대상이다. 특정관리대상시설물로 지정되지 않으면 100m 이하 교량은 비전문가와 담당자의 예찰활동마저 하기 힘든 구조도 그렇다. 이러니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꼼꼼한 예방 안전점검이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신속한 조치도 결여돼 있었다. E등급을 받은 보령 벽동교 사례처럼 주민 민원이 제기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큰 교량만이 아니라 군도나 농어촌도로의 작은 교량까지 모두 점검해야 할 것이다. 정밀진단과 안전진단을 맡는 용역업체의 부실 점검도 아울러 차단해야 할 과제다.
낮은 등급 판정을 받아 보강과 개축이 필요할 교량에는 국비 등 예산 지원이 적기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안전의식을 재발견했다는 호들갑이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다. 보통인 C등급을 받은 곳도 재난위험시설이 안 되도록 상시 관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극소수 인력이 교량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도 ‘혁파’할 ‘적폐’의 대상이다.
재난위험 및 취약시설로 인한 사고에 신속 대응하려면 관련업무 조정과 투자 확대는 필수적이다. 충남 사례에서도 나타나듯이 돈이 없어 안전 용역을 못 하거나 재난시설임을 뻔히 알고도 정비할 엄두를 못 내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안전 기반 구축에는 공짜가 없다. 교량과 같은 시설물의 결함이나 관리를 안전 분야의 하위범주로 여기는 인식부터 과감히 고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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