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맹학교 이만희 교사가 14일 세라토닌 드럼클럽 연습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
지난해 4월 창단해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그리는 대전맹학교 '세라토닌 드럼클럽'. 이 세라토닌 드럼클럽 뒤에는 한 명의 선생님이 있다. 학생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 꼭 맞는 교육법으로 '두드림'을 일깨워 준 이만희(37)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교사는 자신이 가진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들과 경쟁해 꿈꾸던 교사의 길을 걷고 있다. 대구대 역사교육과 특수교육을 복수 전공한 이 교사는 2003년, 대전맹학교에서 '열정'을 키워나갔다.
그는 처음 만나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어떻게 타악 연주를 가르칠까 많은 고민을 해왔다. 드럼클럽이 소리에 대한 민감한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학생 한명, 한명을 보면 볼품없게 느낄지 몰라도, 이들이 모이면 엄청난 무대가 만들어진다”며 “그(장애) 속에서 더 다른 삶을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는 데 있어서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도록 꿈을 키우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그는 모교인 대전맹학교의 교사로 첫 발령을 받은 후 학생들의 닫힌 마음을 깊게 울리는 두드림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힘을 잃어가던 꿈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것이다.
북 앞에 선 학생들 또한 조금 다르고 다소 불편한 모습이지만 '다름'과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하나가 돼 흥겨운 두드림을 만들고 있다. 학생들이 보여주는 울림은 오히려 이 교사에게 더 많은 것을 깨우치게 했다.
그는 “지친몸을 이끌고 연습하러 오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야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다소 불편할 지라도 누군가 손을 잡아 준다면 무대에서 정말 멋진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안팎에서도 학생 지도에 남다른 교육의식을 갖고 있는 이 교사의 칭찬이 자자하다.
이화순 교장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해 전학을 온 한 학생은 클럽 들어와서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모두가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지도한 이 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보배”라고 치켜세웠다.
교사로서 그의 꿈은 거창하지 않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어둠 속에서도 빛날 수 있도록 편견과 장벽이 사라지길 바라는 것.
이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장애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꿈마저 잊어버리고 살게 할 수 없지 않냐”며 “학생들에게 사람의 노력이 하늘의 뜻도 바꿀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교사는 북을 두드리며 얻은 행복과 희망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 오늘도 북채를 잡는 학생들의 두드림이 세상에 희망을 선사하는 메시지로 더 울려 퍼지길 기대해 본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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