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았으면 5월의 매주 마다 각종 행사들로 전국이 들썩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거짓말 같은 사건은 대한민국의 전 국민을 눈물과 아픔과 분노로 가득차게 만들어 슬픔의 5월로 만들어 주었다. 최악의 인재(人災) 앞에서 그 어떤 기념일이 그 누구에게 반가울 수 있겠는가?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이번 스승의 날은 기념식·행사가 전국적으로 취소되고 전국 대다수의 학교들이 행사를 진행하는 대신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며 차분하게 보낼 것이라고 한다.
나는 애도와 추모의 스승의 날에 한명의 제자라도 더 구하려 차가운 바다 속에 생명을 희생한 12명의 선생님들을 통해서 조심스레 진정한 스승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진정한 스승은 무엇일까? 스승이라면 선생님이다. 선생님이라는 뜻을 둘로 구분한다면 학문을 가르쳐 주는 학사(學師)가 있고 사람답게 사는 정신을 가르치는 인사(人師)로 구별된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만 참된 스승이라 생각을 했고 참된 스승은 학생이 소년일 때는 앞으로의 본보기가 되고, 학생이 청년일 때는 친구가 되고, 학생이 장년일 때는 그리움이 된다고 했다.
참으로 참된 선생님은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 수많은 선생님들 속에 학사와 인사 그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있는 선생님은 참 드물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말하면 예전과 비교할 때 수준 높은 학사들은 참 많아 졌는데, 그에 걸맞은 인사는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제지간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사이엔가 선생님을 지칭할 때 '님'자를 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학생들도 자신의 선생님을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아닌 공격과 조롱의 대상으로 보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요즘 텔레비전과 신문의 뉴스를 보고 있자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 사고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선생님을 때리는 학생이나 그 부모들, 선생님들이 훈계라도 하려하면 휴대폰을 들고 동영상을 찍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선생님 그리고 여기저기 나타나는 부패와 비리들…. 어느 곳보다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육계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질되어 왔는지 한탄할 따름이다.
물론 교육계가 이렇게 변질된 이유가 세상이 많이 복잡해지고 위험해져서 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선생님들이 제자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참된 인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르쳐야 할 선생님들이 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제자도 그 뒤를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어지러워지는 이때야 말로 참된 인사가 필요한 법인데 이 사회는 아직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중요시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참된 스승을 찾기 힘든 것 같아 걱정이다.
세월호 속에 생명을 희생한 12명의 선생님들….
그들이 살아생전에 어떤 선생님의 모습을 보였는지는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사고현장 속에서의 숭고한 희생들은 전국의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스승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참된 스승의 모습을 통하여 모두의 본보기가 되어 우리나라가 좀 더 바르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세월호의 탑승객 중 아직 많은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다. 부디 한명의 실종자도 없이 모두 기다리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그 중 단 한명이라도 좋으니 생존자가 나타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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