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행동 경제학에 '최후 통첩 게임'이라는 의미 있는 실험이 있다. 당신은 십만원을 받고 이 돈을 A와 B, 두 뭉치로 나눈다. 당신은 A를 갖고 나는 B를 갖는다. 당신이 이 금액을 일단 나누었다면, 당신이 B에 얼마를 넣어 두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수 있다. 내가 받아들이면 당신은 A를 갖게 되고 거절하면 둘 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다. 십만원을 어떻게 나누어야 맞는 걸까? 합리적으로 따져 보면 당신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갖고, 나에게는 만원이든 천원이든 되도록 적은 액수를 주는 것이 옳다. 내 입장에서도 천원이 0원보다 낫고,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있는 쪽이 낫다. 그러나 내가 거절하게 되면 아무도 갖지 못하게 되고 내가 수용하게 되면 A의 것은 당신 것이 된다. 그러면 여기서 보통사람들은 반이상의 액수를 당신이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한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결과는 평균 43%를 자신이 갖고 57%를 내주었다. 이 실험 결과와 관련해 연구자들은 인간의 나누어 갖는 행동 양식, 공정함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경 과학과 영장류학의 최근 실험들에 따르면 인간은 항상 이기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뇌 스캔을 활용하여 인간의 복잡한 행동은 타고난 욕망을 바탕으로 진화해 왔는데, 이기심과 탐욕 말고도 공정심과 이타심 역시 타고난 욕망의 일부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실험은 진화론적인 측면으로 봐서도 인간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오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상의 실험들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유전적으로 이기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협력하고 교류하며, 공동체를 건설하고 유지하며, 서로 사랑하고 나누어야 살아갈 수 있게끔 진화되었다. 사람들은 관용, 공정함, 신뢰, 이타주의, 호혜성을 그 자체로 가치 있게 여기고 그것이 살아가는 데 더 유용하다는 것을 내재화 시킨 것이다.
나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자기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본인만 탈출하기에 급급했던 선장을 탓하기에 앞서 그의 어렸을 때 그의 부모와 그가 성장하면서 그를 거쳐 갔을 선생님들의 교육을 먼저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런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가치관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이 사회의 분위기를 생각해본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환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전 분야에서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정경유착과 비리, 사회적 부조리, 일을 맡은 자의 무책임함, 타인의 아픔에 대한 무감각 등 모든 환부를 도려내고 치료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위의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은 선을 지향하는 이타적인 존재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한 인간이 성장하는 어릴 때부터 그 부모에게서, 그 선생님들에게서 '착하게, 그래도 착하게' 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때 이런 비극적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교육하지 못했을 때 결국 피해는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우리의 '유전자'는 지혜롭게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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