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180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 왔다고 한다. 그 뒤에 석유는 등잔을 비롯하여 어두운 밤을 밝히는데 쓰였을 뿐만 아니라 열을 얻거나 동력을 얻는 핵심 물질이 되었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석유풍로이다. 석유풍로는 석유곤로라고도 하였다.
우리 고유의 풍로는 돌이나 곱돌로 만들었는데,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바람구멍을 만들고 부채나 풍구로 바람을 일으켜 센 불길을 만들어서 가마솥이나 아궁이에 불을 때지 않고 간단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기구였다. 석유가 등장하면서 석유풍로가 쓰이게 되었는데 등잔처럼 큰 석유통에 석유를 넣고 둥글고 넓은 심지를 박아서 심지를 아래 위로 오르내리면서 불꽃의 세기를 적당히 맞추어서 쓰곤 하였다. 심지가 등잔보다도 훨씬 컸기 때문에 불꽃이 세게 타올랐다. 이 센 불꽃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요리를 하곤 하였다.
등잔불의 심지는 작은 섬유조각을 이용했기 때문에 불꽃이 조금만 세면 심지가 타서 못 쓰게 되었지만 석유풍로의 심지는 요즈음 발암물질이라 하여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신기한 최첨단 소재로 알려진 석면으로 만든 심지여서 불에 그을리기는 해도 타지 않는 신기한 심지였다. 아무리 좋은 석면 심지라 하여도 불의 힘을 오래 견딜 수는 없었다.
심지가 낡게 되면 새 심지를 끼워 고쳐 쓰곤 하였다. 심지의 높낮이를 좌우로 돌리는 손잡이로 조절하면 심지는 타지 않으면서 불꽃의 세기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었다. 좀 더 센 불꽃을 얻기 위한 석유풍로는 공기를 압축하여 센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장치도 붙어 있었다.
석유풍로에 붙어있는 석유통에는 주기적으로 석유를 넣어야 했었는데, 석유를 넣는 펌프가 있기는 했지만 귀했기 때문에 고무호스를 석유통에 넣고 입으로 빨아 넣다가 석유를 삼키기도 했던 기억 또한 새롭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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