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돈'과 '권력'이 집중된 서울은 거대한 블랙홀처럼 지방 인재를 빨아들인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야 출세 가능성도 크다.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10월 안전행정부가 새정치연합 백재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위공무원단 가운데 수도권 대학 출신은 무려 84%에 달했다. 이 가운데 소위 'SKY대' 출신은 48%.
반면, 지방대 출신 비율은 14.6%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2년 전(15.8%) 보다 줄었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옛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커졌다. 우수 인재가 지방에 부족하다 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정책이 대입 지역인재전형이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지방 의·치·한의대는 모집 인원의 30%(강원, 제주권 15%)를 권역 소재 고교 졸업(예정)자에서 뽑아야 한다. 법·의·치·한의학대학원은 20% 이상(강원, 제주권 10%) 선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정책의 실효에 대해선 벌써 물음표가 달린다. 제도 첫 시행부터 이를 무시하는 대학이 부지기 수이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 가운데 을지대 의예과(20%), 대전대 한의학과(6.9%)가 정부 권고를 안지켰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한림대(5%), 관동대(10), 단국대(10%), 울산대(10%) 등 지역인재전형에 인색한 대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이 강제성이 없고 단순히 권고사항에 그쳤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이를 어긴 대학이 감수해야만 하는 직접적인 페널티도 없다. 지역인재전형을 도입했다지만, 각 대학 입맛에 따라 '고무줄 선발'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칫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할 수도 있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지키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는 각종 평가 시 이에 대한 노력 정도를 반영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해명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했더라도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허사가 되기 일쑤다. 지역인재 전형이 지역 인재 서울 집중을 막고 지역 발전의 진정한 원동력이 되려면 교육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대학 역시 지역 인재 육성 취지를 곱씹으며 제도 활성화에 나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강제일·교육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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